한국전력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5배로 크게 늘리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올해 30조원 순손실이 예상되면서 한전채 법정 발행한도를 넘기게 될 우려는 해소됐지만, 수조원어치 한전채 발행이 연말과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여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경색시키는 ‘구축효과’가 이어질 공산도 커졌다.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전체회의 열고 한전의 회사채 발행한도를 ‘자본금+적립금(필요시 충당할 여유자금)’의 2배에서 5배로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전의 채권 발행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약 64조원이고 회사채 추가발행 예정액을 고려하면 올해 연말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의 ‘자본금+적립금’은 올해 재무제표상 45조9천억원으로, 기존 발행한도 2배를 적용할 경우 회사채 발행한도는 약 91조원이지만, 올해 연간 적자규모(한전 약 30조원 추정, 1~9월 당기순손실 약 17조원)가 적립금에 반영되면 내년 3월 주주총회 기준으로 ‘자본금+적립금’은 15조9천억원으로 줄어 이미 발행한 채권액이 발행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이번에 5배로 늘어나 내년 기준 회사채 발행한도는 약 80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문학적 영업적자 누적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되자 한전은 올해 초부터 10월까지 27조원어치 채권을 발행해 발전자회사들에게 지불할 전력거래대금 등 필요자금을 충당하며 버텨오고 있다. 한전은 이번 5배 확대로 한전법 위반(발행한도 초과) 위기를 피하고, 추가 한전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올해 내내 발행이자가 연 5~6%대에 이르는 수십조원의 한전채 발행액이 국내 채권 수요시장에서 자금을 빨아들여 일반 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경색시켜왔는데, 연말과 내년까지 더 많은 한전채 발행분이 채권시장에 나와 채권시장 불안 양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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