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 6월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직장인 김아무개(45)씨는 요즘 한숨이 잦아졌다. 그는 지난 2016년 마포구 소재 8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기 위해 30년 만기에 연 3.1% 고정금리로 3억원을 대출받았다가 지난해 대환대출을 실행, 연 2%대 변동금리로 갈아탔다. 1%포인트나 금리를 낮췄다는 기쁨도 잠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상으로 무섭게 오르기 시작한 대출 금리는 어느새 연 6%를 넘겼다. 김씨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오르면 내년 금리 갱신 기한이 도래했을 때 또 얼마나 금리가 오를지 벌써 무섭다”고 했다.
한국은행이 24일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연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8%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무거워지고, 서민들의 대출 문턱도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4대 은행(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신규 코픽스 기준)는 연 5.31∼7.17%로 약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 연 5.18∼6.82% 수준에 비해 하단이 0.13%포인트, 상단이 0.35%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지수(코픽스)가 역대 최고치인 3.98%를 기록하고, 이 금리가 지난 16일부터 시장에 반영되면서 이달 한 때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7% 후반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우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넘긴 경우가 있다”며 “우량 고객 금리도 연내 8%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고정(혼합형)금리는 이날 기준 연 5.03∼6.49%로, 은행채 5년물 금리와 연동된 신용대출 금리는 연 6.18∼7.48%로 집계됐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따라 올린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 금리도 함께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낸 상황이어서 은행들은 예금 금리 인상 폭을 두고 당국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그 다음 주에 수신금리도 인상하는데, 이번에는 인상 여부가 결정이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어서 예금 금리 인상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대신 적금 금리를 평소보다 조금 더 올릴 수는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들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오른 상황인 만큼 역마진이 날 수 있는 중저신용자 고객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정한 대출 금리 상한선이 20%로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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