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의 배경이 된 ‘수리남’에선 블록체인을 활용한 금융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탄소 배출량보다 흡수량이 많은 이 곳 현지인들의 소규모 생산품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세계 시장과 연결하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올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을 이끌 열쇳말로 ‘리파이’(ReFi, 재생금융)가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필요성 부각과 함께 지난해 붕괴된 가상자산 시장의 금융시스템 재건을 향한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다.
리파이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 전통 금융에 블록체인을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도 한다. 수리남에서 리파이를 주도하는 바이오벤처 바이오타라는 블록체인이 두 가지 면에서 재생경제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우선 블록체인 거래를 확인하는 방식 중 하나인 ‘온체인’을 통해 모든 단계를 기록해 투명성을 높인다. 나아가 은행 거래가 불가능하거나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공동체를 가상자산을 통해 세계 시장과 연결해준다. 리파이를 국내에 알리기 위해 결성된 다오(DAO, 탈중앙화 자율조직)인 리파이서울은 “국외에선 ‘리파이 여름’이라고 불릴 정도로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리파이는 최근 환경 분야에 특화해 탄소배출권 거래 촉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후 관련 리파이 프로젝트들의 상당수는 시장원리를 통한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웹3 탄소 플랫폼 노리(Nori)에서는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토큰(NRT)이 거래된다. 공급자는 탄소 저감이나 제거를 통해 토큰을 발행하며, 수요자는 탄소 크레딧 구매를 통해 순배출량을 줄인다. 리파이서울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이 플랫폼에 18개의 농업 프로젝트가 참여해 12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CO2) 판매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탄소감축 농가들에게 180만달러(약 23억7000만원) 이상의 수익이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헤데라는 리파이 등 관련 목표를 추구하는 100여개 프로젝트들의 자금 조달을 돕고 있다. 동식물 다양성 시장, 깨끗한 물을 마실 권리와 같은 분야의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한다. 헤데라의 아시아 담당 앨리스 김은 “자본시장이 지속가능한 재생 환경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리파이”라며 “결국에는 재생 시장의 대차대조표를 블록체인으로 가져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개발사 나무랩스의 김선태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인류의 번영, 교육,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게 리파이의 취지”라며 “투자 관점으로 본다면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선소미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blossomi@coindesk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