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취임한 진옥동 신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신한금융지주 제공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이 단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신한금융지주 새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에 성공했다.
23일 신한금융지주는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제2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 회장 선임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진 회장은 이날 오후 곧장 취임식을 갖고 새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진 회장은 “사회와 주주들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류 신한의 꿈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지난해 말 기준 7.69%)을 가진 국민연금은 지난 16일 기금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진옥동 전 행장의 회장 선임을 공식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기업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19년 벌어진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이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진옥동 회장에게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내린 점을 반대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전임 조용병 회장이 “라임 사태 등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돌연 연임을 포기하고서는 라임 사태에 보다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진 회장이 그 뒤를 잇는 데 반대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라임 사태 당시 사외이사였던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이윤재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에 대해서도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연임을 반대했지만, 이 둘을 포함한 사외이사 8명의 연임 안건도 주총을 통과했다. 이윤재 전 비서관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
국민연금의 반대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건 신한금융지주 지분의 62.42%(23일 장개시 시점 기준)를 가진 외국인 주주들이 두 안건에 대거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외국인 주주들이 의사 결정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아이에스에스(ISS)는 주총을 앞두고 내놓은 보고서에서 진 회장 선임 안건에 찬성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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