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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KB 알뜰폰 ‘리브엠’ 시장 약진…은행의 타산업 진입 물꼬 틀까

등록 2023-03-27 05:00수정 2023-03-27 07:59

‘빅블러’ 시대, 산업 융합의 모범사례냐
골목상권 죽이는 또 다른 ‘고래’냐
케이비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 상표. 케이비국민은행 제공
케이비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 상표. 케이비국민은행 제공

‘리브모바일’(리브엠)은 모래놀이터(샌드박스)를 벗어날 수 있을까?

출시 3년여 만에 40만 고객을 끌어모은 케이비(KB)국민은행의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이 사업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심사대에 오른다. 혁신금융서비스 인가 만료 시점이 다음달 16일로 코 앞에 닥쳐왔기 때문이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그 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금융위 산하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오는 30일 소위원회를 열어 리브엠 최종 승인 여부를 논의할 참이다. 최종 승인을 얻게 되면 은행의 타 산업 진출의 첫 허용 사례가 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금융·산업)분리 완화 기조’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 ‘샌드박스’에서의 3년…경쟁력 증명

리브엠은 국민은행 계좌가 있는 고객에게 기존 이동통신 3사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한다. 직접 통신망을 설치·관리하는 통신 3사와 달리 국민은행은 3사의 통신망을 빌려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뜰폰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리브엠 유심칩을 자급제 휴대전화 등 단말기에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없이 국민은행 모바일뱅킹 이용은 물론, 각종 부수거래 실적에 따라 통신비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금융위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전산 구축 등 준비 과정을 거쳐 그해 12월16일 첫선을 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6개월 만에 7만명의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출시 4년째에 접어든 현재(22일 기준) 가입자는 41만5천명(점유율 약 5.6%)에 이른다. 커넥티드 카 등 사물지능통신(IoT) 서비스 가입자를 제외한 알뜰폰 휴대전화 이용자는 지난 1월 말 기준 약 736만명이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설립 10년이 지나도 가입자 10만명이 안되는 업체가 태반이다. 리브엠 성장 속도는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다.

리브엠은 국내 시중은행이 금융업 밖으로 진출한 첫 사례다. 금융업은 부실에 빠질 때 다른 산업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규제가 강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은 특히 제한된다. 이른바 금산분리 규제다. 은행이 금융업 외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금융위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는 길 뿐이다. 소비자 편익이 크고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적다는 점을 입증해야 지정받을 수 있다. 사업 기한도 한 번에 2년으로 제한되고, 한차례 연장 허가를 받아야 최장 4년이다. 정식 사업 인가를 받기 전 사업성과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게끔 여러 제한을 두고 사업을 허가하는 게 마치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모래놀이터에서 놀게 하는 모양새를 연상케 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제에 ‘규제 샌드박스’란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국민은행도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리브엠을 출시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은행, 이동통신업계 ‘메기’ 될까

리딩뱅크의 인지도와 두터운 고객층을 앞세운 리브엠의 빠른 성장은 과점을 이룬 이동통신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동통신 시장은 에스케이티(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대형 3사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다. 79개 알뜰폰 사업자가 각축전을 벌이는 곳은 나머지 10여%의 시장일 뿐이다.

알뜰폰 시장에서 조차 통신 3사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박완주 국회 과학기술정보빙송통신위원회 위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통신 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에스케이(SK)텔링크·케이티(KT)엠모바일·엘지(LG)헬로비전)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51%에 이른다. 이런 시장 구조 탓에 모바일 요금제 시장은 경쟁 무풍지대에 가깝다. 한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1∼3위 구도가 고착화하고 단통법 등 때문에 3사 간 경쟁이 제한되면서 요금 경쟁이 거의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통신비 부담 완화의 한 방도로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브엠이 이동통신 시장의 ‘상수’가 되면, 장기적으로 알뜰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더 저렴한 요금제를 쫓아 알뜰폰으로 갈아타려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업 3사가 가격 경쟁에 나설 거란 기대를 정부는 갖는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이미 터 잡은 이동통신사들과 실질적으로 경쟁하려면 나름의 사업 노하우나 인프라를 가진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는 게 더 낫다.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우리는 찬성”이라고 말했다.

■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퇴출 가능성

알뜰폰 이용자가 늘면 기존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를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대리점은 설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리브엠이 빠른 시간안에 4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건 공격적인 저가 정책 영향도 있었던 터라,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나 일부 통신사 대리점은 시장에서 퇴출될 여지도 있다는 얘기다.

통신 3사 대리점을 회원사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홍기성 이사는 “자금력을 앞세워 은행이 원가보다 싼 요금제를 내놓으며 저가 출혈 경쟁을 벌이는 리브엠을 개별 대리점이 이기기는 어렵다”고 했다. 전국이동통신협회가 “리브엠이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금융위에 금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는 까닭이다.

리브엠이 출시 이후 아직까지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듯 보인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에서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139억, 184억의 영업 손실을 냈다.

국민은행은 원가보다 싼 저가 출혈 경쟁을 벌인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일부 요금제가 이동통신 3사에 지급하는 망 임대료(도매대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원가에는 도매대가 외에 다른 요소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손실을 보면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영업 손실을 내는 것도 “초기 전산망 구축 등에 투자한 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탓에, 출혈 경쟁 의구심은 그치지 않는다.

이에 이동통신 유통업계와 알뜰폰 사업자들은 리브엠 승인 반대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금융위에 각종 상생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리브엠의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식부터 요금 수준을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 등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

■ 리브엠, 금산분리 완화 물꼬 틀까

금융권 안팎에선 윤석열 정부의 금산분리 완화와 통신비 부담 완화 기조에 따라 리브엠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리브엠이 최종 승인될 경우, 은행법상 은행의 부수업무로 알뜰폰 서비스를 지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은행법령 개정 대신 금융위 공고 변경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은행의 타 산업 진출이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불러올 수 있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대학 교수는 “은행이 알뜰폰 등 타 산업 진출을 통해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이를 활용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은 국가경제 발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금산분리 도입 취지는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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