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올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6천억원 규모로 이뤄진 이번 발행은 올해부터 개정·시행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반영한 첫 사례다.
현대캐피탈은 28일 6천억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6천억원은 전액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수소 차량 구매 관련 대출 재원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번 채권 평가사인 나이스(NICE)신용평가사는 “약 2만대 가량의 친환경차량을 보급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만기별로는 2년물 200억원, 2.5년물 1천억원, 3년물 700억원, 4년물 600억원, 5년물 3500억원으로 구성됐다. 발행금리는 연 3.897∼4.271%로 설정됐고, 2.5년물만 변동금리로 판매된다. 2.5년물 금리는 발행일 기준 3개월마다 돌아오는 이자지급일 직전 1영업일의 91일물 CD금리(금융투자협회 고시 기준)에 0.7%포인트를 더한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채권발행에는 케이비(KB)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가 공동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녹색채권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등 정부가 지정한 6대 환경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에 투자할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을 말한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에 이 같은 경제활동 64개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전기차 제조나 전기충전소 설치 같은 활동이 대표적이다. 녹색채권 발행사는 환경부가 승인한 기관의 심사를 거쳐 이에스지(ESG)채권 인정을 받아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녹색채권은 상장수수료와 상장연부과금 등이 면제된다. 현대캐피탈의 이번 채권을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사는 “활동기준, 인정기준, 배제기준, 보호기준을 모두 충족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이 신용평가사는 이 채권에 AA+ 등급을 부여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AA 등급을 매겼다.
이번 발행 규모는 지난해 이뤄진 K-택소노미 시범사업 기간 동안 발행된 전체 녹색채권 발행 규모에 육박한다.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시범사업’ 결과를 보면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발행된 녹색채권 규모는 6400억원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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