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올해부터 시행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9) 영향으로 보험사 실적이 지난해 대비 크게 증가하며 시장 혼란이 일고 있다. 당국은 자의적 회계 처리에 의한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1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1분기 개별재무제표 기준으로 국내 생명·손해보험사의 합산 당기순이익이 5조2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 지난해 1분기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3조원 수준으로, 새 회계기준이 시행된 뒤 실적이 1년 전보다 50%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러자 보험사의 ‘기초 체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실적만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등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이 바뀐 회계기준의 덕을 독톡히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교보·한화 등 상위 3개 생명보험사 실적을 보면 개별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1분기 대비 당기순이익이 2배 이상(144.9%) 뛴 반면, 삼성·현대·디비(DB) 등 상위 3개 손해보험사의 경우 오히려 당기순이익이 0.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 회계기준(IFRS9)에 따라 기존에는 기타포괄손익으로 처리하던 수익증권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으로 처리된 영향이다. 올해 1분기 시장금리 하락으로 보험사가 보유한 수익증권의 평가이익이 증가하면서 당기순익이 급증했는데 생보사가 손보사보다 수익증권을 2배 이상 많이 들고 있어 당기손익 변동성이 더 크게 나타났다. 정해석 금감원 보험리스크제도실장은 “만약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수익증권 평가손익이 그대로 손실로 반영될 수도 있어 당기손익의 변동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새 회계제도(IFRS17)에 따라 보험사들이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계산할 때 자의적인 가정을 적용해 실적 부풀리기에 나서지 못하도록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보험계약이 체결되면 보험료가 납입되는 현금흐름에 따라 계약 초기에만 수익이 재무제표에 반영됐는데, 이를 계약 전체 기간에 나눠 반영하도록 바뀌면서 보험사들이 미래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할 때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무·저해지보험(중도 해지시 납입보험료를 극히 일부만 반환받는 상품)과 실손보험 갱신시의 보험계약마진 산출 관련 가정에 대한 통일 기준을 제시할 방침이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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