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년 만에 5천만원 만들기’를 내걸고 마련한 청년도약계좌가 첫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은행들이 일차적으로 공시한 금리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면서 정책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탓이다. 금융당국은 최종 공시 일정을 미루고 막바지 협의에 나섰다. 시장금리의 하향 안정세 속에서 고금리 적금상품 출시가 부담스러운 은행들은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청년도약계좌 협약식을 열었다. 오는 15일부터 가입 신청을 받는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5년 만에 5천만원 만들기’를 목표로 내건 적금 상품이다. 개인·가구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만 19∼34살 청년이 매달 최대 70만원씩 5년간 자유납입하는 방식이다. 납입금의 3~6%에 이르는 정부 기여금이 추가 지급되며, 경우에 따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도 제공된다.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 나머지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고려하면 은행들이 최소한 6% 수준의 금리를 제공해야 ‘5천만원 목돈 만들기’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은행들이 일차적으로 공시한 금리가 6%를 크게 밑돌았다는 점이다. 지난 8일 이뤄진 1차 공시를 보면, 은행들이 책정한 기본금리는 3.5∼4.5%, 은행별 최대 우대금리는 1.5∼2%였다. 은행이 제시한 여러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총 5∼6.5% 금리가 가능하지만, 실질적인 금리는 대체로 4∼5%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일부 은행이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건 탓이다.
한 예로 케이비(KB)국민은행은 월 2건 이상의 공과금 자동이체가 36개월 이상 이뤄진 경우에 0.5%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더해 급여 이체 36개월 이상, 케이비 리브모바일 ‘청년도약 엘티이(LTE) 요금제’ 자동이체 36개월 이상 등 다섯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국민은행이 내건 최대 우대금리 2%를 온전히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위는 우대금리 조건 완화와 기본금리 상향 조정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의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이날로 예정됐던 최종 금리 공시도 오는 14일로 미뤘다.
관건은 당국이 은행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다. 올해 들어 시장금리 하향 안정세는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 4월 시중은행이 새로 취급한 저축성수신과 대출의 가중평균금리는 각각 3.5%와 5% 안팎이었다. 한 은행이 청년도약계좌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금리를 6% 수준으로 크게 올렸다가 신청자가 몰리면, 해당 은행은 수익성 악화를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눈치싸움’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년간 고정되는 금리와 상대적으로 높은 납입 한도는 은행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그럼에도 금융당국이 기본금리를 더 높이라는 취지에서 최종 금리 공시를 미룬 만큼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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