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가 진통 끝에 4.5% 수준으로 확정됐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간의 줄다리기가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기존에 공시된 것보다 1%포인트 정도 상향된 것이다. 우대금리까지 더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5%대 초중반의 금리를 적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5년 만에 5천만원 만들기’라는 정책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상품의 흥행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14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을 보면, 올해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는 연 3.8∼4.5%로 책정됐다. 은행별 최대 우대금리는 1∼1.7%다. 은행별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적용받을 수 있는 금리는 5.5%로 전부 동일하다. 청년도약계좌는 정부가 가구·개인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만 19∼34살 청년을 대상으로 마련한 5년 만기 적금상품이다. 이날 금리를 공시한 11개 은행에서 15일부터 가입 신청을 받는다.
앞서 은행들이 제시했던 것에 비해 기본금리는 오르고 우대금리는 낮아졌다. 지난 8일 1차 공시 때 은행들은 기본금리를 3.5∼4.5%로, 최대 우대금리를 1.5∼2%로 책정했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의 기본금리와 우대금리는 각각 3.5%와 2%로 동일했는데, 우대금리 조건이 대체로 까다로워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제공받는 금리는 4∼5%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종 공시 일정을 이틀 미루고 막판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 결과 4대 시중은행의 기본금리가 4.5%로 오르고 우대금리는 1%로 하향 조정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본금리가 1%포인트 높아진 건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은행들이 협조를 잘해줬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내세웠던 정책 목표인 ‘5년 만에 5천만원 만들기’는 달성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월 납입액 한도가 70만원인 5년 만기 자유적금으로, 매달 최대 2만4천원의 정부기여금과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제공된다. 첫 3년은 이날 공시된 고정금리가, 마지막 2년은 기준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가 적용된다. 이런 조건을 모두 고려하면 연간 총급여가 2400만원 이하일 때 추가로 주어지는 ‘소득 우대금리’(0.5%)를 제공받아야만 ‘5천만원 만들기’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마지막 2년간 기준금리가 현재와 동일한 3.5%라는 가정하에 금융위가 계산한 결과로, 기준금리가 이보다 떨어지면 정책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에서도 흥행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7∼8%대 금리를 제공하는 과세 적금상품에 준하는 이자소득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만기가 5년으로 상대적으로 길고, 특별한 사유 없이 중도해지하면 정부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은 물론 이자 대부분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는 총 306만명으로 추산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최대 200만명이 가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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