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서울의 한 씨지브이(CGV) 영화관의 모습. 연합뉴스
사업 장기 부진을 겪던 씨제이(CJ)씨지브이(CGV)가 재도약을 꿈꾸며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이후 주가가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씨제이가 증자에 아주 일부만 참여키로 한 게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최대주주도 꺼리는 증자가 제대로 추진되겠느냐’는 불안감을 느낀 일반 주주들이 주식을 팔았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씨제이가 다른 자회사의 보유 지분을 증자 대금으로 내기로 한 것도 논란이 인다. 현금은 덜 들이고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은 유지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씨지브이가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은 건 지난 20일 장 종료 직후다. 현재 상장 주식수의 1.5배를 웃도는 7470만주를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팔겠다는 내용(1차 증자)이다. 주식을 팔아 조달 자금은 채무상환과 시설·운영자금으로 쓴다는 계획도 공시됐다. 씨지브이는 “재무구조 개선과 미래 사업 강화를 위한 증자 계획”이라고 했다.
뒤이어 나온 씨제이 공시에 논란의 불씨가 담겼다. 씨지브이의 증자에 씨제이는 단 600억원만 참여한다는 내용이었다. 지분 몫(1분기 말 기준 48.5% 기준 3623만주)에 견줘 터무니없는 수준의 신주 인수 규모(784만주)인 셈이다. 씨지브이의 구원투수 역할을 모회사가 하지 않겠다는 풀이가 나온 까닭이다. 씨지브이의 소액 주주들로선 불안감을 가질 법한 내용이다.
증자 계획 공시 이후 씨지브이 주가가 연일 하락한 건 이런 사정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씨지브이 주가는 지난 21일 하루에만 21.1% 급락하는 등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누적 하락폭은 33.9%에 이른다. 신주 배정 기준일인 7월31일 이전에 주식을 파는 게 낫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 유상증자가 끝난 뒤 씨지브이가 씨제이를 상대로만 증자(제3자 배정 증자·이하 2차 증자)에 나서고, 씨제이가 약 4500억원으로 자체 평가한 보유 주식(씨제이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00%)을 현물출자한다는 게 또다른 불씨를 지폈다. 물론 이 계획은 씨제이의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은 터라 변수가 많긴 하지만 1차 증자엔 소극적으로 참여키로 해 주가를 크게 떨어뜨린 씨제이가 그 뒤 진행될 씨지브이의 제3자 배정 증자에 현물출자로 뛰어든다는 게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의구심은 주가 하락과 씨지브이에 대한 씨제이의 지배력 변화의 상관관계를 따져보면 좀더 명확해진다. 증자에 소극적으로 참여한 데 따라 감수해야 할 지분율 하락을, 제3자 배정 증자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상쇄 효과는 2차 증자 때의 신주 가격이 낮을수록 커진다. 특히 2차 증자 참여 방식이 현물출자인 탓에, 씨제이는 단 600억원이란 현금만 쓰고 씨지브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모양새가 된다. 결과적으로 씨지브이에 대한 씨제이의 ‘지배력’ 관점에선 씨지브이의 주가 하락은 씨제이에게 반가운 소식이 되는 셈이다. 씨지브이의 주가 하락이 씨제이에겐 손해볼 것 없는 장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물론 앞으로의 상황은 다양한 변수가 있는 터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씨지브이의 향후 주가 뿐만 아니라 씨제이 올리브네트웍스 지분 가치 재평가액, 1차 증자 시 실권주의 규모 등이 그 예다.
씨제이 쪽은 <한겨레>에 “씨제이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1차 증자 때 600억원만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며 “향후 증자 과정에서 변수가 많고 주주 배정 증자와 제3자 배정 증자 때 적용되는 할인율에 차이가 커 씨제이의 씨지브이 지배력 변화를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현물출자는 현금출자에 견줘 씨지브이의 자금 운용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에 대해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씨제이 쪽은 덧붙였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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