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가명·32)씨는 최근 여유자금 1천만원을 어디에 투자할지를 두고 머리를 싸맸다. 요새 ‘박스권’인 주식시장에 돈을 넣어두는 건 내키지 않았고, 정기예금을 들자니 금리가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기자금’을 넣어두던 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도 최근엔 금리가 연 2%대 초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손길이 가지 않았다. 그런 김씨의 눈에 들어온 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하루만 돈을 넣어둬도 이자가 나오는 데다 금리도 연 3%대로 비교적 높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돈을 잠깐 ‘파킹’해두기 좋은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집계를 보면, 국내 시엠에이의 이달(1∼13일) 평균잔액은 70조5986억원이었다. 7월(66조7818)과 8월(69조4717억원)에 이어 증가세가 지속됐다.
시엠에이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돈을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한 뒤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매일 수익이 정산되며 언제든 돈을 출금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다만 출금 때 이체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고,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아 손실 위험도 존재한다. 시엠에이는 투자 상품에 따라 발행어음형,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랩(MMW)형 등으로 나뉜다.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건 알피형 시엠에이다. 알피형 시엠에이에 넣은 돈은 해당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사는 데 쓰이며, 나중에 증권사는 미리 정해둔 가격에 이 채권을 되산다. 증권사는 채권을 담보로 해서 일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고 고객은 현금을 제공한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이다. 보통 담보로는 국고채나 통화안정증권 등이 활용되기 때문에 투자 위험도가 낮다. 금리가 3% 안팎으로 인터넷전문은행 파킹통장 등에 비해 높은 것도 알피형 시엠에이의 매력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으로 알피형 잔액이 전체 시엠에이의 39.5%로 비중 1위를 차지했다.
수익률에서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은 투자자는 머니마켓랩형이나 발행어음형도 고려해봄직하다. 머니마켓랩형은 증권사가 자산 운용을 고객에게서 위임받아 한국증권금융 예금 등에 넣어두는 방식이다. 한국증권금융 예금 금리가 바뀔 때마다 약정 수익률도 바뀌는데, 최근에는 3%대 초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랩어카운트(투자일임계약) 특성상 비대면으로는 계좌 개설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발행어음형은 해당 증권사가 발행한 단기 어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케이비(KB)증권, 엔에이치(NH)투자증권에서만 취급한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금리가 머니마켓랩형보다 더 높은 데다, 비대면 계좌 개설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증권사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이 높은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대체로 알피형과 머니마켓랩형은 초저위험(5등급), 발행어음형은 저위험(4등급)으로 분류된다.
여유자금을 쪼개서 일부는 저축은행 파킹통장에 넣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로 저축은행들도 연 3∼4%대의 수시입출금 통장을 내놓고 있다. 가령 오케이(OK)저축은행의 ‘오케이읏백만통장2’는 100만원 이하 금액에 한해 4.5%의 기본금리를 제공한다. 100만원 초과∼500만원 이하 금액분에는 3.5%의 금리가, 500만원 초과분에는 3%가 적용된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