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의 초점을 ‘부실 사업장 정리’에 맞추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만기 연장 방침이 설득력을 잃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위원회 설명을 들으면, 금융위는 금융업·건설업계와 약 10차례 회의를 열고 내년 피에프 시장 상황과 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5일에는 5대 금융지주회사의 피에프 업무 총괄 부사장들을 불러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릴레이 회의’는 부동산 피에프 시장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높아진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기대 수익은 줄어든 반면, 고금리와 높아진 공사원가로 비용 부담은 불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은 걱정스러운 요인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만기 연장 방침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내년께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만기 연장을 적극 유도해왔는데,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경우 만기 연장은 자칫 손실 확대와 이연이란 결과를 낳는 데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동안 땅값이 더 떨어지면 토지 경매를 통한 채권 회수가 더욱 어려워지는 탓이다. 시행사 입장에서도 자칫 사업은 진행하지 못하고 비싼 이자만 더 오래 내게 될 리스크가 있다.
앞으로는 금융당국도 만기 연장보다 부실 사업장 정리에 초점을 둘 전망이다. 이미 금융회사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의 만기 연장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르피에드 청담’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반대했다가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조건 하에 연장에 합의해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이 더 많아진 상황”이라며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 미뤄왔던 사업장 정리를 조금씩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연됐던 손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제2금융권이 입을 타격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통상 피에프 사업장의 후순위 채권자여서 사업장 정리 때 대부분의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하반기 들어 신용평가사들은 저축은행·캐피탈사의 등급이나 등급 전망을 연이어 강등해왔다. 특히 지난 9월 말 연체율이 6.15%를 기록하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저축은행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많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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