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 인하 논의에 착수했다. 정책금리 인상을 종료하고 내년 3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강한 통화긴축을 추진하던 연준이 정책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르면 내년 3월 정책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연준은 12~13일(현지시각)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연 5.25~5.50%)에서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 종료 가능성을 내비쳤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긴축’ 문구 앞에 ‘그 어떠한’(any)이라는 단어를 새로 넣었다. 이를 두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번 금리 인상 주기가 정점에 도달했거나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정책금리 인하 논의도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오늘 회의에서 그간의 제약적인 정책을 언제 되돌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공개된 점도표를 보면,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말과 내년 말 정책금리 수준(중간값)을 각각 연 5.4%와 4.6%로 내다봤다. 지난 9월 전망에 견줘 0.2%포인트, 0.5%포인트 내려갔다. 현재 연 5.25~5.50%인 정책금리를 고려하면 내년에 0.75%포인트, 0.25%포인트씩 3차례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바뀐 건 경기와 물가 둔화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경제전망에서 내년 4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전년 대비) 전망치를 기존(9월 경제전망) 1.5%에서 1.4%로 수정했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 전망치도 올해(3.3%→2.8%), 내년(2.5%→2.4%), 내후년(2.2%→2.1%) 모두 하향 조정했다. 경기 개선세는 약해지고, 물가 상승 속도는 느려지고 있어 통화긴축 필요성이 적어졌다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다. 다만 연준은 경기 경착륙 가능성은 일축했다.
시장은 이르면 내년 3월 첫 정책금리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70.5% 확률로 내년 3월 연준이 0.25%포인트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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