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앤캐리 트레이드 지수 추이(왼쪽)과 엔-달러 환율 추이
‘엔 일본회귀’ 영향에 투자처 뉴질랜드·호주화 급락
“일본 저금리 지속으로 엔캐리 청산 어렵다” 지적도
“일본 저금리 지속으로 엔캐리 청산 어렵다” 지적도
‘와타나베 부인의 마음을 읽어라’
수익률이 낮은 일본 금융 상품을 피해 국외 금융 상품 투자에 적극 나선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이 다시 세계 금융 시장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한달 전만 해도 달러 당 117엔대에 머물렀던 엔화 가치가 최근 109엔대까지 강세를 보이며 1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세계 금융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저금리인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자금을 일컫는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본격적으로 청산되면서 세계 유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에서 흔한 성을 딴 국제 금융가의 조어로, 기준금리가 연 0.5%에 불과한 엔화를 빌려 고수익 국외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일본 전업주부들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최근 와타나베 부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뉴질랜드 달러와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가치는 지난주에만 엔화에 비해 각각 4.2%, 3.1%씩 떨어졌다. 이는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 금융상품을 팔고 일본으로 회귀한 자금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해준다. 일본 투자자들은 기준금리가 각각 6.75%, 8.25%에 이르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채권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거둬왔다. 13일 뉴질랜드 달러 당 엔화는 83.37엔으로 지난 9월18일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오스트레일리아 달러당 엔화 가치도 93.32엔으로 최근 2개월래 최고치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블룸버그통신〉의 엔캐리 트레이드 지수를 보면 11월 들어 급격히 낮아지고 있어 일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청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엔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인구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오스트레일리아는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금리 인상을 했고, 일본은 여전히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이라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돼 일본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국외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는 3분기에 2.6%(연율 기준) 성장했지만, 일본은행은 13일 건설경기 침체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기준금리 목표를 현 수준인 연 0.5%로 동결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또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 상승률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졌던 지난 8월 수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엔화 강세는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소장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에 민감한 일부 헤지펀드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할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엔화 환율 추이에 관심을 가지면서 위험을 관리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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