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경색에 인플레 덮친 아시아 증시 ‘휘청’
이번주 미 투자은행들 ‘서브프라임 부실’ 발표 주목
유가상승 따른 ‘인플레 압박’은 내년까지 지속될 듯
유가상승 따른 ‘인플레 압박’은 내년까지 지속될 듯
17일 코스피지수가 1830선까지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5.23(2.91%) 내린 1839.82로 마감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의 급락 소식에 약세로 시작한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강화되며 낙폭이 커졌다. 외국인들은 이날 하루만 245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고, 6거래일째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이날 개인 투자자들이 197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지만, 지수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날 일본 니케이지수와 대만 자취안지수는 각각 1.64%, 3.54% 하락했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62% 떨어졌다.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는 3% 넘는 낙폭을 보였다.
이처럼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인 약세를 보인 이유는 여전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불확실성이 큰데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번 주중 미국에서 예정된 대형 투자은행들의 실적 발표가 관심을 끌고 있다. 18~20일까지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베어스턴스의 4분기 실적 발표가 있다. 지난주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공동 대응이라는 굵직한 대책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신용경색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되며, 오히려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형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숨겨진 부실을 안고 있을지가 가장 주목된다”며 “부실 규모가 예상했던 수준보다 커지면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세계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다른 요인은 인플레이션이다. 최근 발표된 11월 미국 물가지표들은 예상 수준보다 일제히 높은 수준을 보여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 대비 0.8% 상승해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에너지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유럽·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미국은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경기부진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동시에 공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적 환경에 놓이게 됐고, 미 연준은 추가 금리 인하를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근 유가 급등과 달러 가치 하락세가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내년 중 인플레이션 압력은 계속 주목해야 할 변수”라고 덧붙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신용경색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친 만큼 주식시장의 조정 양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증시가 대내적으로 뚜렷한 모멘텀이 없는 가운데 국외 증시의 불확실성은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며 “당분간 공격적 매매보다는 관망하면서 변동성 장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이번주 미국 경제 주요 발표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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