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주당순이익(EPS) 전망치 추이
보호예수 해제·유상증자로 ‘수급불균형’ 하락 지속
“긴축 완화·기업 실적 지켜본 뒤 저가매수 결정해야”
“긴축 완화·기업 실적 지켜본 뒤 저가매수 결정해야”
지난달 14일만 해도 5500 가까이 올랐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5일 4% 이상 급락하며 4100선까지 주저앉았다.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올 연초부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 홍콩 항셍지수와 홍콩 H지수도 게걸음세를 보이며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는가 하면,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지수를 바닥으로 보고 저가 매수에 들어가는 등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승훈 한국투자증권 펀드 애널리스트는 “1월에는 중국 펀드 투자자들이 대거 이익실현에 나서면서 중국 펀드 설정액이 감소했지만, 최근 환매 강도가 약해지고 일부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면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펀드 설정액이 100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 펀드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결국 중국 증시 조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중국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적어도 2분기까지는 중국 본토 증시는 물론 홍콩 증시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당분간 중국 정부 정책을 예의주시하면서 중국 증시 안정 여부를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허재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도 결국 세계 경기 둔화세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최근 중국 본토 증시는 물량 부담까지 가중된 상태”라며 “보호예수물량 출회와 중국 기업의 빈번한 유상증자는 올 한해 내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호예수란 새로 상장되거나 인수·합병, 또는 유상증자가 있을 때 대주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중국의 경우 2005년도에 비유통주 개혁을 실시하면서 정부 및 국영기업 소유 주식들을 대거 풀었고, 한동안 이 주식들이 보호예수돼 있다 최근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주식 물량이 풀리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올해 쏟아질 보호예수물량은 1조3865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시가총액(약 4000조)의 약 5%를 차지한다. 내년에 출회될 보호예수 물량은 더 늘어나 3조5741억 위안어치에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들의 빈번한 유상증자도 수급의 또다른 부담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초부터 지난 2월20일까지 44개 기업들이 유상증자 예비안을 제출했고, 이 규모는 2599억 위안에 이른다.
조선주 한국투자증권 중화담당 애널리스트는 “당국의 뚜렷한 증시 부양책이 나오지 않는한 중국 주가는 계속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홍콩 증시의 경우 내부 투자 심리는 위축되지 않았지만 미국 증시 영향으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악화돼 주가가 많이 빠지고 있다”며 “밸류에이션상 비싸지 않아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증시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중국 정부가 지나친 주가 조정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가 되면 긴축 정책을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가 둔화되고 있지만, 둔화 폭이 우리나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해석했다. 조선주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정부가 신규 펀드 10개를 허용했고, 거래세 인하 검토 등 증시에 호재가 될 요인도 남아있다”며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중국 증시의 해제 예정 보호예수물량 추정치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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