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이후 미국 금리인하 시기 및 국면별 특징
기대효과 막는 4가지 요인
단기적 부양 힘들고
물가만 자극 가능성
부동산 회복 어렵고
증시로 돈 안들어와 미국 고용지표 악화와 신용경색 위기로 세계 증시가 살얼음판을 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는 11일(현지시각)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 등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2000억달러(194조원)의 긴급대출에 나섰다. 이로써 지난 주말부터 연준이 시중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자금은 3600억달러로 불었다. 이 소식에 힘입어 뉴욕 증시는 이날 급등세로 출발했다. 월가에서는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0.5∼1%포인트까지 금리를 대폭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5.25%에서 현재의 3%로까지 낮췄다. 신용경색이 심각할 경우 18일 이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대폭이든, 또 그 시기가 앞당겨지든 주식시장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위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이후 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한층 어려워졌던 경험이 있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돈이 상품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이 구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1970년 이후부터 2002년까지 총 8차례의 미국 금리 인하 국면을 살펴보면, 구조적인 경기침체 시기가 경기 연착륙 시기보다 주가 회복 기간이 훨씬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구조적인 경기침체기였던 80년대 초와 90년대 초, 2000년 초를 보면, 주가가 저점을 확인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 평균 17개월이었다”며 “현재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부의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90년대 초와 후반, 2000년 초와 같은 금리 인하 기간에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부동산 경기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이를 만큼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연준이 금리를 내려도 집값 하락 때문에 모기지 금리가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며 “금리를 내린다 해도 부동산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신용경색 여파로 금리 인하를 해도 유동성 공급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자금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지만, 최근 신용경색 여파로 유동성을 확산 또는 유통시킬 수 있는 경로들이 상당 부분 막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물가만 자극 가능성
부동산 회복 어렵고
증시로 돈 안들어와 미국 고용지표 악화와 신용경색 위기로 세계 증시가 살얼음판을 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는 11일(현지시각)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 등을 가지고 있는 금융기관들에 2000억달러(194조원)의 긴급대출에 나섰다. 이로써 지난 주말부터 연준이 시중에 공급하기로 발표한 자금은 3600억달러로 불었다. 이 소식에 힘입어 뉴욕 증시는 이날 급등세로 출발했다. 월가에서는 오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0.5∼1%포인트까지 금리를 대폭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 금리를 5.25%에서 현재의 3%로까지 낮췄다. 신용경색이 심각할 경우 18일 이전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대폭이든, 또 그 시기가 앞당겨지든 주식시장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생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하는 이유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위험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9월 이후 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한층 어려워졌던 경험이 있다”며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를 초래하고 이로 인해 돈이 상품시장으로 이동하면서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이 구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1970년 이후부터 2002년까지 총 8차례의 미국 금리 인하 국면을 살펴보면, 구조적인 경기침체 시기가 경기 연착륙 시기보다 주가 회복 기간이 훨씬 길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구조적인 경기침체기였던 80년대 초와 90년대 초, 2000년 초를 보면, 주가가 저점을 확인하는 데 소요된 기간이 평균 17개월이었다”며 “현재 미국 경기는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아 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는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부의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90년대 초와 후반, 2000년 초와 같은 금리 인하 기간에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부동산 경기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이를 만큼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 연준이 금리를 내려도 집값 하락 때문에 모기지 금리가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며 “금리를 내린다 해도 부동산 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신용경색 여파로 금리 인하를 해도 유동성 공급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 자금순환을 원활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치지만, 최근 신용경색 여파로 유동성을 확산 또는 유통시킬 수 있는 경로들이 상당 부분 막혀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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