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6일 연속 “사자”…본격 매수세인가
코스피 1220선 회복…하루 5627억원 순매수
매수 지속여부 불투명…‘유동성 장세’ 논란도
매수 지속여부 불투명…‘유동성 장세’ 논란도
새해 벽두부터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7일 코스피지수는 33.89포인트(2.84%) 오른 1228.17로 장을 마쳤다. 올해 첫 장이 열린 2일부터 4거래일 연속 올라 이미 지난해 말보다 103.70포인트 (9.22%) 올랐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진 덕분이다. 이런 매수세가 계속될지, 증시 상승이 ‘유동성 장세’로 이어질지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 외국인 순매수 언제까지? 이날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627억원어치(잠정)를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이후 가장 크고, 지난달 29일 순매수로 전환한 뒤 6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외국인이 4거래일 이상 순매수세를 이어간 것은 2007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에는 매수 규모도 커져, 3일 동안 날마다 사들인 규모가 3천억원어치를 넘었다. 지난해 34조원어치 이상을 팔면서 증시 폭락을 주도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한국 주식 매수) 행진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금융위기 진정과 환율 안정을 이유로 꼽고 있다. 또 외국인들이 지난해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 거래를 많이 했는데, 서둘러 공매도 물량 상환을 위한 주식 매수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가 더 오르기 전에 주식을 상환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매수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외국인들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은행이나 건설업종을 외면한 채 전기전자 업종에 절반 가까운 금액을 쏟아붓고 있어, 우리 경제 전체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종우 에이치엠시(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순매수 흐름이 며칠 사이에 반전될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며 “외국인들이 주로 사들이는 대형주는 안정적이면서도 빠져나갈 때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유동성 장세? 증시 상승은 실물경기와 상관없이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를 올린다는 이른바 ‘유동성 장세’ 논란도 일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은 풍부해진 상황이다.
대우증권은 지난 6일 낸 보고서에서 “1월 증시는 유동성 장세”라고 밝히며 4가지 지표를 꼽았다. 우선 미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가 내려가고, 회사채 사이의 금리 차이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훈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와 원자재값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위험자산 선호현상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랠리(풍부한 자금사정에 바탕을 둔 반등세)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실적 악화 우려에 근거를 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무엇보다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야 시중 유동성이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금리인하 기조가 끝나고 경기선행지수가 플러스로 전환하는 하반기에나 유동성 장세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았고,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기업구조조정이 상당 부분 진척되기 전까지는 은행권의 대출 태도가 강화될 수 있고(대출 억제),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과 가계가 투자와 소비를 하지 않고 부채 축소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장세의 여건이 절반 정도만 갖춰졌다는 것이다. 황상철 안창현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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