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우려 기업 현황
유가증권쪽 10곳…상장폐지수 사상최대 될듯
“실적악화로 유상증자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
“실적악화로 유상증자 통한 자금조달도 어려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무더기로 증시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 마감시한(31일)을 앞둔 지난 30일 현재 65곳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해 퇴출 위기에 몰려 있다. 상장폐지되면 이들 기업의 주식은 사실상 휴짓조각이 된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상태를 꼼꼼이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31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지난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감사의견 거절과 자본잠식 등을 이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기업은 10곳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린 기업은 무려 55곳이나 된다. 올해 증시에서 퇴출되는 기업의 수가 사상 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는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을 위해 코스닥 상장을 폐지한 엔에이치엔(NHN) 등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이 23개였으며, 2007년에는 8개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지난해 2곳, 2007년 9곳이었다.
거래소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영업 손실이 커지면서 기업의 존속 능력이 의심받아 감사의견 거절을 받거나 자본이 잠식된 기업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전에는 자본잠식된 기업이라도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곤 했는데 올해는 이것도 드물다”고 말했다. 기업실적이 악화하고, 자금조달도 여의치 않아 퇴출 위기에 처한 기업이 급증했다는 얘기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은 시앤(C&)상선과 시앤(C&)우방, 지비에스(GBS) 등 10곳이다.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신성건설은 자본금이 전액 잠식됐다.
시앤우방과 시앤중공업 등은 자본금 50% 이상 잠식됐다. 사업보고서상 자본금 전액이 잠식되거나 2년 연속이 자본잠식이 50% 이상일 경우에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코스닥시장에선 자본전액 잠식 및 자본잠식률 50% 이상, 자기자본 10억원 미만 등이 상장폐지 사유가 된 곳이 무려 45곳이나 됐다. 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등의 이유로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곳은 엑스씨이, 유티엑스, 디에스피, 우수씨앤에스, 아이디에이치(IDH) 등 모두 36곳에 이르렀다. 뉴켐진스템셀(옛 온누리에어)은 4분기 매출 이상 급증에 대한 실질심사위원회 심의 결과, 상장 폐지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올해 자본잠식을 보고한 뒤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다고 정정공시를 낸 곳은 씨엔씨테크와 네오리소스, 시엘엘씨디, 엑스로드, 한신디엔피(DNP) 등이다. 거래소는 이들 회사가 적정한 방법으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질심사 여부를 논의 중이다. 거래소가 실질심사를 강화하면서 일시적으로 상장 폐지를 피하기 위한 편법도 불가능해졌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는 검증된 기업들이 아니어서 시장 자체에 위험 요인이 있는데, 지난해는 경기침체로 회사 존속까지 어려워졌다”며 “코스닥 상장사가 1천개를 웃돌지만 증권사들이 살펴보는 곳은 수십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스스로 기업의 분기보고서 등을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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