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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세계경제 침체터널 지났다’ 낙관론 한발 더

등록 2009-07-21 21:46수정 2009-07-21 21:48

‘세계경제 침체터널 지났다’ 낙관론 한발 더
‘세계경제 침체터널 지났다’ 낙관론 한발 더




그린스펀의 스승이 세운 ‘ECRI’의
장기·중기·단기 선행지수
지난해 11월 이후 반등세 뚜렷

골드만삭스·제이피모건 순익 급증
중국도 2분기 7.9% 성장
미 실업률 높고 가계빚 많아 안심 금물

‘게임은 끝났다. 새로운 세상을 만끽하라!’ 2009년 여름. 낙관론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맥없이 가라앉았던 세계경제가 오랜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한 번 고속질주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다. 낙관론을 넘어 ‘확신론’에 가까운 목소리도 들려온다. 남들보다 으레 서너 발짝 앞서 낙관론의 불씨를 지피느라 애쓰기 마련인 주요 투자은행 경제분석가들만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는 게 아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더욱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던 국제기구나 각국 중앙은행, 독립 연구기관들의 분위기도 한결 밝아졌다. 세계경제의 미래를 두고 음울한 목소리를 내던 비관론의 색채가 예전보다 눈에 띄게 엷어진 건 당연한 결과다. 전세계 투자자와 소비자, 기업들의 심리를 꽁꽁 얼어붙게 하였던 ‘시련의 세월’은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일까?

“경기침체, 이미 끝났을 수도”

미국의 대표적인 금융투자 전문 해설가이자 <뉴스위크> 경제 칼럼니스트인 대니얼 그로스는 최근 금융투자 전문 블로그로 유명세를 떨치는 ‘슬레이트’에 “경기침체는 끝났다”는 글을 올려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머지않아 경기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낙관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그에게 ‘확신범’의 이미지를 심어준 주요 배경엔 세계 최고의 경기분석 전문기관으로 통하는 경제사이클연구소(ECRI)의 최근 연구 결과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연구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 앨런 그린스펀을 키워 ‘마에스트로(거장)의 스승’으로 유명한 제프리 무어 박사가 처음 세운 곳으로, 100년 가까운 경기분석 연구 전통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경기 판단에 사실상 심판관 노릇을 맡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연구소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경기선행지수. 말 그대로, 한발 앞서 경기 방향의 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다. 일반적인 연구기관들과는 달리, 선행지수 자체를 장기와 중기, 단기 세 가지로 더욱 세분해 분석에 공을 들이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세 가지 지표 모두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가 한결같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신용 상황이나 주택시장 동향, 기업 생산성 및 이윤 등과 관련된 지표로 이뤄진 장기선행지수의 경우, 경기침체가 끝나기 대략 6개월 전에 반등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이 연구소는 보고 있는데, 이미 지난해 11월 이후 반등세가 뚜렷하다. 3~4개월 앞서 경기 방향의 전환을 예고하는 중기선행지수 역시 지난해 12월 이후 분명하게 방향을 틀었다. 주가지수와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가장 마지막으로 움직이는 단기선행지수는 지난 2월 바닥을 다졌다. 연구소의 대표를 맡고 있는 락슈만 애추탄은 최근 “실업률 등 경기에 후행하는 잣대들은 아직 비관적인 신호를 낼 테지만, 그것은 전체 그림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미국 경제는 이번 여름을 계기로 침체에서 확실히 벗어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런 내용의 진단은 대니얼 그로스를 거치면서 아예 “경기침체는 아마 이미 끝났을 것”이라는 주장으로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확신론까지는 아직 이르지 않더라도, 낙관론 역시 공감대를 서서히 넓히는 중이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한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올해 초만 해도 파국 직전까지 몰렸지만 지금은 나락에서 상당한 정도 빠져나왔다”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연준 역시 이런 움직임에 슬그머니 동참하는 분위기다. 최근 연준은 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엔 경제가 모퉁이를 돌아설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혀, 올해 안에 경기가 방향을 틀 것임을 예고했다.

주요 기업 ‘어닝서프라이즈’ 잇따라

이런 희망 섞인 전망에 힘을 보태기라도 하듯이, 당장 금융시장을 달굴 만한 뉴스는 날마다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위기의 본고장이라 할 미국 쪽 분위기가 심상찮다. 주요 기업들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2분기 실적을 쏟아내고 있는 탓이다. 경제정보 전문기관인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에스앤피(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지난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55곳 가운데 39곳(71%)이 경제분석가들의 애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았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34억4천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해 시장의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0억5천만달러)보다 순이익이 7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제이피모건의 순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36%나 증가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기관이 보여준 ‘어닝서프라이즈’는 그간 전세계 금융시장을 짓눌렀던 금융위기의 그림자를 한 발짝 더 밀쳐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정보통신(IT) 분야도 마찬가지다. 가늠자 구실을 하는 인텔의 경우,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80억달러 매출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비엠(IBM)과 구글의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자릿수 이상 늘어났다.

세계경제의 또다른 주인공 중국 역시 세계경제 회복이라는 낙관론에 잔뜩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주 중국 정부는 2분기 중 중국 경제가 7.9% 성장했다는 빅뉴스를 전세계에 타전했다. 상반기 전체 기준으로는 7.1%에 해당하는 수치다. 2007년 3분기 이후 7분기 내리 이어지던 성장률 하락세 행진에 드디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최근 30여년간 미국 경제 성장률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침체는 끝났으되, 위기는 계속된다?”

물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세계경제가 예전과 같은 활력을 되찾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뭐니뭐니해도 고용시장 동향이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쪽 고용 사정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9.5%. 모두 1500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비관적인 전망을 자제하는 루비니 교수 역시 머지않아 미국의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넘어설 것이라며, 고용 문제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는 뜻을 거듭 밝히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사실은 직전 경기 침체기 당시에도 2001년 들어 경기는 바닥을 쳤지만 정작 일자리는 2003년까지 계속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고용 사이클은 경기 사이클에 견줘 한참 늦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고용 없는 성장’이 뚜렷해진 탓에 실업은 확장기와 침체기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늘어날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 설령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 해도, 일자리 증가 → 소비 증가 → 기업이윤 확대 → 투자 확대 → 일자리 증가의 순환고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여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엄청난 빚에 허덕이는 가계의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일자리마저 제때 늘어나지 못할 경우, 곳곳에 경제를 위기 국면으로 몰아갈 복병들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경기침체가 끝났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경제사이클연구소 역시 “경기뿐 아니라 리스크(위험) 자체도 순환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경제를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던 파도가 이제 호황을 향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해도, 정작 그 뒤 찾아오는 또다른 파도를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침체는 끝났으되, 위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잉생산·채권금리 등 곳곳 ‘복병’ 도사려

낙관론의 발목을 잡을 만한 복병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경기침체는 이제 끝’이라는 낙관론에 도전장을 내미는 대표적인 네 가지 변수를 정리해본다.

첫째, 관건은 단연 실업률이다.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한 결국 가계의 소비지출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6월 현재 미국의 실업률(9.5%)은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5개 주에선 이미 실업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의 실업률이 고용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론도 많다. 단기간 근로자나 일용직 및 임시직 근로자 등 불완전 취업자에 구직활동을 단념하거나 포기한 실망 실업자들을 더할 경우, 실업률이 16.5%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둘째, 과잉생산능력을 해결하는 문제도 있다. 지난 6월 현재 미국의 공장가동률은 68%로 196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저스틴 린은 최근 글로벌 과잉생산능력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세계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셋째, 가계빚. 주요국의 가계빚은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미국의 경우, 가계빚은 지난 90년대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수준을 유지했지만 2008년 말 현재 100% 수준까지 올랐다. 만일 미국 가계가 빚을 국내총생산의 75%이던 2001년 수준까지 줄인다 하더라도, 전체 가계빚의 25%(약 35조달러)를 되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넷째, 채권금리 동향도 눈여겨봐야 한다. 현재 각국이 공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재정자금을 쏟아붓다 보니, 재정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데 있다. 과도한 정부 적자가 어느 순간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댕기는 힘으로 작용하려 들면, 채권 보유자들은 채권을 너나없이 시장에 내다 팔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금리는 뛰어오르고, 가계와 기업엔 치명적인 부담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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