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은행권 ‘프리워크아웃’
가계대출 연체율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정부와 금융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제때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신용불량자 양산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또 채무는 장래의 소득을 앞당겨 쓰는 것인데, 연체자가 늘어나면 곧바로 돈줄이 막히면서 소비가 줄어 전반적인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들어 실질소득은 늘지 않고 일자리마저 줄어들면서 한계상황에 내몰린 다중채무자·저소득층·저신용자들부터 점차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서는 일자리 대책 같은 상환 능력을 높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합니다만, 그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발등의 불’부터 끄자는 게 채무재조정입니다. 상환의지나 능력은 있되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한 채무자를 상대로 사전에 이자를 줄여주거나 상환 기일을 늦춰주는 것입니다.
은행들이 대출 고객을 상대로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프리워크아웃’이 그런 제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실시중인 프리워크아웃은 이미 1~3개월간의 연체가 발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은 통상 1개월 미만 단기연체자나 만기를 앞둔 고객 중 상환능력이 의심스러운 고객을 대상으로 합니다.
케이비(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 전환 프로그램’을 운영중입니다. 두달 이내에 신용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꺼번에 빚을 갚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이를 10년 이상 장기분할상환 방식으로 바꿔줍니다. 예컨대 1000만원을 당장 갚기 힘든 사람에게 이를 한해 100만원씩 10년 동안 나눠서 갚을 수 있도록 조건을 바꿔주는 식이죠. 또 대출금리를 깎아주기도 합니다. 은행으로선 꿔준 돈을 떼일 위험을 줄이게 되고 채무자는 일단 숨통을 돌릴 수 있으니 양쪽이 ‘윈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신한은행도 ‘에스에이치(SH)채무재조정제도’를 통해 원금상환을 유예하거나 연체이자를 감면해주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확대해주길 주문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의 프리워크아웃이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뒤 가계부채가 큰 현안으로 떠오르자, 그해 말 금감원은 이 제도 활성화를 위해 매월 은행 등으로부터 실적을 집계하는 방식을 통해 간접적인 지도 감독을 했습니다. 시장이 안정되고 연체율이 떨어진 2010년 이후엔 실적 집계를 중단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시 대외 여건이 나빠지고 가계부채 악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은행에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며 “전체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등에 대해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은행에 빚 탕감을 요구하게 되면 혹시라도 채무자들이 돈을 갚지 않고 버텨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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