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대출금리 인하 ‘융단폭격’…고정금리자만 ‘울상’

등록 2012-07-15 20:24수정 2012-07-16 15:24

변동금리 대출자 950만명
1인당 한해 10만5천원 덜내
기업도 대출이자 1조 경감

고정금리·제2금융권 대출자
금리 인하효과 기대 어려워
‘금리 0.25%p 인하’ 대출금리 영향

기준금리 인하는 흔히 ‘정밀폭격’과 대비되는 ‘융단폭격’에 비유된다.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돈을 빌리는 쪽은 이자부담이 줄어드는 혜택을 보지만, 돈을 굴리는 쪽은 예금이자가 줄어 손해를 입기 마련이다.

연간 이자부담 2조원 줄어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것은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우리 경제엔 긍정적 측면이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만큼 대출이 더 늘어날 위험성보다는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기존 대출자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은 가계 및 기업부문 전체로 보면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연간 이자경감 효과가 각각 1조원씩 모두 2조원에 이른다고 15일 밝혔다. 가계의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가 950만명인 만큼 한사람당 한해 10만5000원가량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예금이자 수입은 40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단순한 셈법으로, 은행에서 1억원을 빌린 경우 금리 인하로 일년에 25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다. 물론 대출기관과 대출조건 등에 따라 이자경감 액수와 시기는 차이가 있다.

우선 은행 등 제1금융권 이용자는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실제 신규대출의 경우 거의 시차없이 인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 12일 기준금리 인하로 양도성예금(CD)금리가 연 3.54%에서 3.33%로 하락하자 다음날부터 바로 이를 대출 금리에 반영했다. 그러나 코픽스연동 신규대출은 다음달 16일부터 금리 하락분이 반영된다. 코픽스 금리는 은행의 한달동안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해 은행연합회가 매월 15일 고시하기 때문이다.

신규대출이 아닌 기존 대출자는 금리적용 주기에 따라 길게는 석달 가까이 지나야 금리인하 효과를 누리는 경우도 생긴다. 예컨대 ‘양도성예금증서(CD) 3개월 연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3개월에 한번씩 조정하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직전 대출 계약을 맺은 대출자는 3개월 뒤에야 변동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고정금리 대출자 울상
금리 인하가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에겐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라면 130여만명에 이르는 고정금리 대출자는 울상을 짓게 됐다. 대출기간 내내 같은 금리가 적용되는 탓에 금리인하 효과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 정책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다. 정부는 지난해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추진하면서 신규대출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에게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면서까지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 권유해 왔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신규대출자의 44.3%가 고정금리를 택해 1년 전(11.7%)보다 그 비중이 네배 가까이 늘었다. 더구나 경기침체가 이어져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일 경우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고정금리 대출은 보통 만기가 10년 이상이라 단기적으로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고정금리가 불리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금리변동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한 대출자들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저축은행은 대출상품의 대부분이 고정금리다. 카드사 역시 주로 만기가 3-4년인 카드채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조달비용 감소가 반영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저신용계층은 금리인하 혜택에퍭 있는 꼴이다.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기준금리 인하가 실제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 가계나 중소기업 등의 이자부담 완화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일선 은행 영업창구의 운영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국민소득 5만’ 뉴질랜드…인종 차별 없고 한국 태생 장관도 1.

‘국민소득 5만’ 뉴질랜드…인종 차별 없고 한국 태생 장관도

‘쌀먹’ ‘가챠’로 망가지는 ‘게임 왕국’ 대한민국 2.

‘쌀먹’ ‘가챠’로 망가지는 ‘게임 왕국’ 대한민국

‘본인 부담’ 넘어서는 보험금 앞으론 사라진다 3.

‘본인 부담’ 넘어서는 보험금 앞으론 사라진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최악…유가 101달러 급등 4.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하면 최악…유가 101달러 급등

캐즘의 진실…전기차보다 ‘하브’가 대세라는 왜곡 5.

캐즘의 진실…전기차보다 ‘하브’가 대세라는 왜곡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