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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재테크 기본기가 바뀐다

등록 2005-09-27 18:56수정 2005-09-27 18:56

펀드등 주식 뜨고 부동산·예금 지고

적립식 펀드등 열풍 상시화 조짐

저금리·투기규제로 관심 옮겨와

자산운용 방식 근본적 변화 예고

직장인 오정숙(40·가명)씨는 주식의 ‘주’자도 모르지만, 요즘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에 하루종일 싱글벙글이다. 올 초 재미삼아 매달 붓기 시작한 적립식 주식펀드의 투자수익이 증시 상승세를 타고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직장 근처 국민은행 지점에 급여통장을 경신하러 갔다가 직원에게서 “주가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으니, 은행 이율보다 높은 주식형 수익증권에 가입하는 게 어떠냐”는 권유를 받았다.

밑질 것 없다는 생각에 그달부터 매달 10만원씩 월급에서 떼어 이 은행이 미래에셋투자신탁운용과 연계해 판매하는 3년짜리 적립형 펀드에 가입했다. 그는 “지금 원금 100만원에 수익이 17만8천원이나 붙었다”며 “남편이 투자신탁에 맡긴 3000만원도 내년 초 만기가 되면 주식형 펀드로 갈아탈 작정”이라고 말했다.


동양투자금융증권 골드센터 강남지점의 피비센터에도 최근 매일 20~30명 안팎의 고액 투자자들로부터 “이자가 많이 내려 물가 상승률도 못 따라간다”거나 “안전하고 이자가 많은 상품이 없느냐”는 따위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노후자금 목적으로 퇴직금 등을 몽땅 털어 10억여원을 이곳에 맡긴 김아무개(62)씨도 “금융권 정기예금의 세후 이율이 3.2%인데, 지금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원금도 못 건질 처지”라며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하소연해 왔다.

김씨는 이후 증권사 직원의 권유로 석달에 1번씩 ‘떨어지는’ 채권 이자 1천만원을 가족 이름으로 주식형 수익증권에 꼬박꼬박 붓기로 했다.

이숙철 지점장은 “주식이 대세라고 하지만, 이른바 강남 부자들의 경우 지금 원금 모두를 주식에 투자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급등하는 주식시세를 관망하면서 간접투자 쪽으로 의욕을 내비치는 고객이 많다”며 “과거 무작정 투자심리가 만연했던 ‘바이 코리아’ 열풍 때보다는 훨씬 성숙한 투자 분위기가 정착된 것 같다”고 말했다.

‘종합주가지수 1200’ 시대를 맞아 최근 이처럼 간접투자 방식의 주식형 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27일 자산운용협회의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 22일 기준으로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16조4110억원으로 지난해 말 8조5520억원에 비해 7조8590억원이나 불었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1200 선을 향해 요동치던 이달 들어서는 3주 만에 1조3560억원이 늘었으며, 지난 한 주에만도 주당 최고액인 6400억원이나 증가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주식시대 도래’를 예고하는 이런 펀드 열풍이 조만간 국내 재테크 흐름의 패러다임을 뒤흔들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망한다. 지속적인 저금리에다 8·31 부동산대책 발표로 오갈 데 없는 시중자금이 결국 증시밖에 선택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증권선물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2004년 말 현재, 국내 개인들이 소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을 포함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6.5%에 이르는 반면 국내 개인주식 비중은 7.4%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에 비춰 우리나라 국민들의 재산증식 방법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치는 미국 국민들의 예금비중이 15.5%에 불과하고, 주식 비중이 34%를 차지하는 데 견줘 보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04년 말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30 대 70인 반면, 한국은 거꾸로 80 대 20으로 지나치게 부동산 투자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국내 주식비중이 더 커질 개연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지금 추세로 가면 개인의 재테크 전략도 부동산 등 비금융에서 금융으로, 특히 주식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9일까지 787명의 시민을 상대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면에서 향후 국내 재테크 운용방식의 흐름도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여유자금 마련과 노후대비를 위해 어떤 재테크 수단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부동산’이라고 답한 사람은 190명(24.1%)에 머문 반면, ‘주식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상품’이라고 답한 사람은 각각 152명(19.3%)과 150명(19.1%)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제는 향후 가계자산 구조가 비금융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은행에서 주식시장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을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몇년 전부터 상당수 기업들이 배당 수익률을 크게 높이면서 주주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한 것도 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인 요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우 센터장은 “시장 전체 배당수익률이 2003년 2.01%에서 2004년 2.5%로 증가했으며, 배당수익률이 5%를 넘는 기업도 1999년 47개에서 2004년 100여개로 늘었다”며 “시장 전체 주식의 20% 정도가 금리보다 높은 배당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의 매력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개인주식 비중 낮아 몸불릴 여지

금감원 설문조사서도

부동산보다 증시 선호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2004년 말 현재, 국내 개인들이 소유한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을 포함한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6.5%에 이르는 반면 국내 개인주식 비중은 7.4%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에 비춰 우리나라 국민들의 재산증식 방법이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수치는 미국 국민들의 예금비중이 15.5%에 불과하고, 주식 비중이 34%를 차지하는 데 견줘 보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와 관련해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04년 말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비중이 30 대 70인 반면, 한국은 거꾸로 80 대 20으로 지나치게 부동산 투자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센터장은 그러나 “이를 뒤집으면 국내 주식비중이 더 커질 개연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지금 추세로 가면 개인의 재테크 전략도 부동산 등 비금융에서 금융으로, 특히 주식 쪽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9일까지 787명의 시민을 상대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면에서 향후 국내 재테크 운용방식의 흐름도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여유자금 마련과 노후대비를 위해 어떤 재테크 수단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에 ‘부동산’이라고 답한 사람은 190명(24.1%)에 머문 반면, ‘주식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상품’이라고 답한 사람은 각각 152명(19.3%)과 150명(19.1%)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신화’에 대한 기대를 접고, 이제는 향후 가계자산 구조가 비금융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은행에서 주식시장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가능성을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돈 쌓이는데 블루칩은 품귀

외국인·자사주 빼면

20% 안팎 시장유통

“대형 우량주 물량을 늘릴 묘책 없나?”

종합주가지수가 1200을 돌파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정책 당국이 색다른 고민에 빠졌다. 이른바 ‘블루칩’으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에 대한 외국인 보유지분이 늘고,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우량주의 유통물량이 너무 적어 시장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도 2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우량 주식의 경우 50% 안팎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고, 30% 가까이가 자사주 또는 대주주, 사원주주 물량으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시장에 유통되는 우량주는 고작해야 20% 안팎이라고 전했다.

과점하고 있는 외국인 보유 물량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우량주 부족현상은 최근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현상이 크게 두드러진 데서 비롯됐다는 게 증권 관계자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굿모닝신한증권 쪽이 기업의 자사주 매입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 한해 동안 기업들이 유상증자나 기업공개로 주식을 발행해 조달한 돈은 5조2000억원인 반면, 증시에서 사들인 자사주는 모두 6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유통 주식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자’ 주문이 조금만 밀려와도 주가가 곧바로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옥치장 증권선물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도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대형 우량주의 경우 유통물량이 너무 적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해 우량주 공급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증권선물거래소 쪽은 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우량 공기업 상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미 정부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비상장 상태로 남아 있는 재벌의 우량 계열사에 대해서도 상장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잇달아 여는 등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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