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 세미나, 은산분리 완화 방안 제시
‘은행 소유 금지’ 재벌 기준 높여
현행 ‘2조 이상’에서 ‘5조 이상’으로
독립경영 등 부작용 방지책도 마련
‘은행 소유 금지’ 재벌 기준 높여
현행 ‘2조 이상’에서 ‘5조 이상’으로
독립경영 등 부작용 방지책도 마련
정부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재벌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미나를 열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규제를 완화해 정보통신(ICT) 기업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벌 대기업을 제외한 산업자본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되, ‘비금융회사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으로 돼 있는 재벌에 대한 기준은 ‘5조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런 방안은 정부와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한 태스크포스에서 지난 3개월 동안 논의한 결과로, 향후 정부 정책 방향의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안은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6월에 나올 예정이다.
이날 ‘은행 소유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한 조정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현행 은행법상 정보통신 기업 등 비금융주력자에 대해선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로 제한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할 유인이 없다”며 “금융시장 발전과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되는 타당성 있는 사업계획을 내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비금융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한도를 4%에서 30% 안팎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비금융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재벌 대기업에 대해선 이러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등 정보통신 자본이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허용하되, 삼성이나 현대차, 엘지, 에스케이 등 주요 재벌의 인터넷전문은행업 진출은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조 변호사는 “5조원 이상으로 해도 공기업을 빼면 거의 50개에 달하는 기업집단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 제외 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한 보완 대책도 논의됐다. 조 변호사는 “대주주의 사금고화나 위험 전이 우려에 대해선 은행업 진입단계에서의 금융위원회 인가제도, 운영단계에서의 대주주와 거래 규제, 은행 경영의 독립성 확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동일인차주 규제, 대주주 거래 제한, 대주주 의무사항 등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에서 또다른 쟁점인 비대면 실명 인증(은행 지점 방문 없이 계좌 개설하는 방안) 방안도 곧 구체화될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비대면 실명 확인은 모든 금융회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으로 이른 시일 내에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르면 다음달 비대면 실명 확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노력은 2002년과 2008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그동안은 은산분리와 비대면 실명 확인 문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인해 좌초된 바 있다. 이번에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낙관하기엔 이르다. 기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회에서 상당한 진통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재벌을 제외했다고 해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에 대한 위험 요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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