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대출의 유혹은 도를 넘었다. 문화방송 자회사인 MBC플러스미디어는 4개 채널에서 도합 하루 평균 96개의 대부업체 광고를 내보낸다. 단일 채널로는 케이블방송 채널 QTV가 하루 평균 58차례로 최다 횟수를 기록했다. 배우 이보영·명계남, 가수 이하늘·장윤정, 방송인 션·정혜영 부부 등이 대부업체나 그에 준하는 고이율의 저축은행 대출광고에 출연했다.
대부분 법정최고 이자율 34.9% 고수
신용등급 상관없이 일률 적용
금감원 “저금리로 금리인하 여력 생겨”
신용등급별 금리 차등적용 유도
6월까지 불법 사금융 집중단속 나서
신용등급 상관없이 일률 적용
금감원 “저금리로 금리인하 여력 생겨”
신용등급별 금리 차등적용 유도
6월까지 불법 사금융 집중단속 나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연 1.75%까지 내려왔지만, 255만명에 이르는 대부업 이용자들은 여전히 꿈쩍도 않는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다. 대부분의 대부업체가 법정 최고 이자율인 34.9%의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대출자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최고 금리를 적용하는 영업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저금리 무풍지대’로 남아 있는 대부업체에 대해 금리 인하 여론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이 고객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등 적용을 권고하고 나섰다.
20일 한국대부금융협회 자료를 보면, 대출 금리를 공시한 20개 대부업체 가운데 지난 1월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법정 최고 이자율(34.9%)인 업체가 14곳에 달했다. 나머지 5곳과 1곳도 각각 34.8%와 34.7%로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13개 업체는 최고금리와 최저금리가 똑같아 고객의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무조건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선 한국대부금융협회 사무국장은 “몇년 사이에 대부업 최고금리가 급격히 내려가다 보니, 업체들이 일률적으로 최고금리를 적용하는 단일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02년 66%였던 대부업 법정 최고 이자율은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로 내려간 데 이어 지난해 4월부터는 34.9%(올해 말까지 적용)로 인하됐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에 따라 대부업체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진 만큼, 대부업체 법정 최고 이자율을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회에는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을 25%로 제한하는 내용의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이 계류돼 있다. 새누리당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도 최근 대부업체의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민금융 최고금리 인하의 필요성’ 보고서를 당에 제출했다.
물론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 이자율 인하에 반대한다. 조달금리와 연체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 여력이 없고, 만약 금리를 낮추면 업체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해 필요한 사람이 대출을 못 받거나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주된 논리다. 이재선 사무국장은 “기준금리가 낮아졌지만 대부업체는 저리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제한돼 있어 금리를 더 내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법정 최고 이자율 추가 인하와 상관없이 일단 신용등급별 대출 금리 차등 적용을 자율적으로 유도해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금리 인하 효과를 내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현재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가 신용등급별로 다른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얘기하지만, 기준금리가 하락한 만큼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게 감독당국 입장”이라며 “대형업체들 중심으로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금리 차등 적용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34.9%를 초과하는 고금리 이자 수취나 유사수신, 대출중개수수료 편취 행위와 같은 불법 사금융 단속 강화 차원에서 수도권 지역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6월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민원이 많은 전국 대부업체에 대한 특별점검도 7~8월에 실시할 계획이다. 또 현재 50명 수준의 불법 사금융 시민감시단을 200명으로 대폭 증원하고 신고포상제도 적극 운용하기로 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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