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가입자 줄어
가입 대상 근로자의 2% 그쳐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제약
소득세 면세자가 절반 넘는데다
장기 투자할 가계 여력 없어
‘투자금 40% 공제’ 혜택 빛바래
가입 대상 근로자의 2% 그쳐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제약
소득세 면세자가 절반 넘는데다
장기 투자할 가계 여력 없어
‘투자금 40% 공제’ 혜택 빛바래
정부가 서민층과 젊은 세대의 재산형성을 돕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소득공제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가 출시 만 1년이 지나도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소장펀드의 가입자 수는 3월말 기준으로 가입 조건을 갖춘 근로자의 2%를 밑도는 수준이다. 출시 4개월 만인 지난해 7월 이후로는 신규 가입이 저조한데다 기존 가입자들까지 이탈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소장펀드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최대 연 600만원을 적립하면 투자액의 40%(최대 240만원)를 소득에서 빼주는 상품이다. 이에 따라 소득공제만으로도 투자금 대비 5% 이상(농어촌특별세 20% 제외한 뒤 수익률)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하지만, 가입 뒤 연소득이 오르더라도 80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월 출시 계획을 발표했고, 그해 3월부터 자산운용사들이 상품을 내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의 자료를 보면, 3월말 기준으로 소장펀드 가입계좌 수는 23만7629개로 지난해 6월말(25만4327개)에 견줘 6.6%나 줄었다. 소장펀드 가입 자격 조건을 갖춘 가입 대상 근로자(지난해 기준 1310만명) 가운데 실제 계좌를 만든 사람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장펀드에 들어온 자금도 1년 동안 2592억원에 그쳤다. 애초 업계의 기대치인 4조원에 견주면 초라한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전체 소장펀드 200개 가운데 순자산이 1억원이 안 되는 펀드가 90개나 된다.
매력적인 세제혜택에도 소장펀드 가입 실적이 부진한 데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선 ‘연소득 5000만원 이하’라는 가입 조건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는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직장인 가운데 소득공제를 위해 장기투자 상품에 가입할 여력이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금융위가 현실성 없는 가입 조건으로 상품을 설계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해 전체 근로소득자 1619만명 가운데 연소득 5000만원 이하는 1310만명이었다. 전체 근로자의 80.9%라는 절대다수가 소장펀드 가입 대상자인 셈이다. 하지만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상당수는 해마다 수백만원의 돈을 장기투자 상품에 묶어놓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연소득 1488만원 미만)는 가계수지가 적자여서 저축 여력이 없고 2, 3분위(연소득 1488만~2900만원, 2900만~4320만원) 가구도 월 흑자액이 27만원과 56만원에 불과하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중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가 56.3%(733만명)에 이르는 것도 소장펀드가 부진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은 “(저소득층이) 내야 할 세금이 많지 않은데 굳이 소득공제 상품에 가입하려 하겠느냐”며 “소장펀드는 세제혜택은 매력적이지만, 유효한 가입 대상군이 부족해서 현재의 가입 조건으로는 흥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각각 연 400만원과 700만원까지 세액공제(연소득 5500만원 이하는 적립액의 16.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저축과 개인퇴직연금(IRP)에 비해 세제혜택 규모가 작다는 점도 가입자 증가가 부진한 이유로 거론된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회에서 소장펀드 가입 자격을 연소득 8000만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법안 심의가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소장펀드의 애초 취지와는 달리 중산층 이상에게 세제혜택을 줄 수 있다는 논란이 벌어진 탓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데다 기획재정부도 세제혜택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가입 기간이 종료되는 올해 연말까지 가입 조건 완화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