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업 갈아타기 등 악용 따라
양적 확대 대신 내실 제고로 전환
양적 확대 대신 내실 제고로 전환
과도한 양적확대, 대출실적에 따른 은행 줄세우기, 부실 우려 등으로 여러 논란을 낳고 있는 현 정부의 대표적 금융정책인 ‘기술금융’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대대적인 개선작업에 나선다.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대출뿐만 아니라 투자 쪽으로 기술금융의 외연을 넓히기로 했다.
금융위는 8일 ‘기술금융 체계화 및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금융은 담보나 재무능력에 기반한 기존 대출과는 달리 기술력, 특허권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7월 시작해 올해 4월까지 10개월 동안 3만9685건 총 25조8천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짧은 기간에 실적이 급증하다보니, ‘기술력’과 무관한 업체에 기술금융 대출이 나간 사례가 있었고, 기술신용평가 오류, 평가 기간 장기화, 기존 중소기업 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이름만 바꿔치기하는 행태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최근 실태 조사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확인한 금융위는 올해 안에 기술금융 시스템을 정비해 질적 성장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다.
우선 은행에 대한 기술금융 대출 평가 때 신용대출 평가 비중을 늘리고, 우수기술 평가 기업이나 초기 기업(창업 7년 이내, 연매출 100억원 이하)에 대한 지원 실적에는 가점을 주기로 했다. 또 기존 거래기업의 경우 기술신용평가를 거쳐 기존 대출 대비 증가한 대출액만 은행의 기술금융 실적에 포함하기로 했다. 창업 기업 등이 기술신용평가만으로 신용대출을 받도록 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기술금융이 기존 우량 중소기업의 대출 갈아타기로 활용됐고, 여전히 신용보다는 담보대출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금융위는 이와함께 기술금융을 대출에서 ‘투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는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연내 2천억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했다.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제2금융권도 기술신용평가를 활용해 대출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조달이나 연구·개발(R&D)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기술신용평가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제도 개선안이 정착되면 연간 20조원 규모의 기술신용대출이 지원될 것으로 전망되고, 2018년에는 전체 중소기업 대출의 3분의 1 수준인 100조원이 기술금융을 통해 공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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