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모두 주담대 금리 올라
올들어 처음…8곳 2.59~2.85%로
은행들, 가계빚 우려 금리 조정 나서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도 영향 미쳐
정부, 부동산·가계빚 모니터링 강화
성수기 앞두고 수요자들 불안감
올들어 처음…8곳 2.59~2.85%로
은행들, 가계빚 우려 금리 조정 나서
미국 금리인상 움직임도 영향 미쳐
정부, 부동산·가계빚 모니터링 강화
성수기 앞두고 수요자들 불안감
가을철 이사를 앞두고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고 있던 양아무개(39)씨는 “전셋값이 너무 올라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게 됐는데 금리가 오르는 분위기라고 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22일 은행연합회의 발표를 보면, 올해 들어 계속 하락세였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월 들어 16곳 중 8곳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철 부동산 성수기를 앞두고 대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8월 주담대 평균 금리(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신규취급액 기준)를 보면,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곳은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8곳으로 파악됐다.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케이비(KB)국민은행, 케이이비(KEB)하나은행, 수협은행, 에스씨(SC)제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씨티은행 8곳이다. 7월 기준 2.56~2.8%였던 이들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2.59~2.85%로 올라갔다.
올해 들어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은행권 주담대 평균 금리는 미국의 ‘제로금리 탈피’를 앞두고 지난해 11~12월 반등세를 보여준 뒤, 올해는 7월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현재 8월치 평균의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으나, 은행들이 개별 공시한 수치는 절반이 반등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한달 사이 금리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케이이비(KEB)하나은행(2.71%)으로 0.1%포인트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6대 시중은행 가운데 금리가 오르지 않은 곳은 엔에이치(NH)농협은행뿐이다.
8월에 주담대 금리가 상승한 것은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한 결과로 보인다. 주담대 금리 결정의 기반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는 8월에도 여전히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특히 주담대 규모가 너무 커져 이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주담대 잔액은 512조7천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6조2천억원이나 늘었다. 전통적인 부동산 비수기인데다 전례없는 폭염이 겹쳤는데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임박해진 것도 국내 주담대 금리의 반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으로 움직이는 은행의 특성상 미국의 연내 금리 인상까지 염두에 두고 금리를 조정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담대 증가에 대한 은행의 부담을 줄이고 미국 금리 인상에도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도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 관계기관은 22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부동산 시장 상황과 관련해 필요할 경우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가계부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저금리 환경과 분양시장 호조로 중도금·잔금 등 집단대출과 비은행권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21일(현지시각)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공개 발언으로 연내 미 금리인상이 사실상 가시화된 만큼, 가계부채 등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해 상황별 대응 방안을 재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임지선 노현웅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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