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가운데)이 4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왼쪽)등과 함께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이동걸 산업은행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정무위 국감서 공문 확인
자율협약 개시 뒤 협조 요청하며
산은에 “지원 않으면 신청 불가피
채권자들 상당히 손실 볼 것” 배짱
끌려가던 산은, 강경한 태도 보이자
뒤늦게 자구안 내놓았으나 때늦어
자율협약 개시 뒤 협조 요청하며
산은에 “지원 않으면 신청 불가피
채권자들 상당히 손실 볼 것” 배짱
끌려가던 산은, 강경한 태도 보이자
뒤늦게 자구안 내놓았으나 때늦어
“한진해운은 내 팔 하나를 자르겠다는 의지가 없었다.”(이동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채권단 대표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4일,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거웠다. 이날 오전엔 이동걸 회장이 자구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은 한진해운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를 탓했고, 오후엔 조양호 회장이 물류대란에 대한 책임은 통
감한다면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조 회장은 의원들의 질문에 어눌한 발음이지만 또박또박 답해서 일각에서 제기된 건강이상설을 불식시켰다.
국감에선 법정관리에 앞서 석달여간 한진해운과 산은 사이에 오간 공문의 상세한 내용들이 공개되면서 한진해운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진해운이 ‘대마불사론’을 업고 채권단을 사실상 협박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한진해운은 6월16일 산은에 ‘법정관리’를 언급하면서 자금수혈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이 공문에는 “현금 시재(보유한 돈)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며 이 경우 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채권자가 상당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산은에 지원 안 해주면 법정관리 들어갈 것이라 공문을 보낸 것은 대마불사 배짱으로 협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석태수 한진해운 대표이사는 “협박성이 아니라 자금 사정이 그만큼 절박해 꼭 좀 지원해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먼저 법정관리를 언급하던 한진해운은 8월 들어 채권단과 정부가 자구 원칙을 강경하게 주지시키자 다급한 모습을 드러냈다. 8월25일엔 ‘법정관리 회피의 중요성과 그룹의 각오’ 등의 소제목이 달린 공문을 산은에 보냈다. 대한항공 유상증자로 4000억원, 그룹 기타 계열사 1000억원 등의 자구안을 추가로 내놓은 뒤 채권단에 6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조양호 회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물류대란에 대해 국민과 위원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옛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지난달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한 데 뒤이은 것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한진해운 경영 악화 원인의 하나로 ‘정부 지원 부재’를 꼽았다. 그는 “2014년 한진해운 인수 뒤 2조원의 유동성 공급 등으로 부채비율을 1400%에서 800%로 낮추고 4분기 동안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그러나 외국 선사들이 수조원의 정부 지원을 토대로 물량공세, 출혈공세를 하는데 사기업으로서 경쟁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또 추가사재출연 등 지원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상 대한항공에서 추가로 지원할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대주주로서 경영 책임은 인정했다. 그는 “세계 7위(선사)까지 올라갔으나 동생(고 조수호 회장)이 죽고 나서 경영이 부실해졌고 제가 인수해 궤도에 올려놓으려 했으나 저의 능력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걸 산은 회장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의 감자 추진과 관련해 소액주주 지분에 대해서도 감자가 이뤄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대주주는 대주주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하고, 일반 소액주주는 미세하지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이정훈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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