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없는 부동산대책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면서 은행들이 노른자위 지역 분양물량을 빼곤 아파트 중도금 대출의 맥을 아예 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분양 계약자라도 재직증명서 미제출자 등은 중도금 대출을 안 해주는 사례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은행권 대출의 영업 분위기와 여건이 크게 바뀌면서 청약 시장 문턱에 선 실수요자들의 혼란과 고민이 커지고 있다. 투기세력과 실수요자를 가리는 차별적 정책이 시행되지 않는데다 정부 관련 부처들이 추가 대책에 대해서도 엇갈린 신호들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 LH 공급물량·비인기지역 중도금 대출 외면 정부가 내놓은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이달부터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분양 중도금 대출 보증 비율을 100%에서 90%로 낮췄다.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금융회사는 특별점검을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에 시중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지역의 분양건에 대해선 중도금 대출을 사실상 중단하는 것으로 대응하고 있다.
LH가 분양하는 부산 등 6곳
대출입찰 참여 은행 한곳도 없어
재직증명서 못내 대출 탈락도
투기세력과 구분않은 정책 추진
청약시장 실수요자들 혼란 가중
“가계부채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하 엘에이치)가 하반기 수도권과 부산에 분양할 공공주택 6곳(5528가구)의 중도금 대출 입찰에 단 한 곳의 은행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엘에이치 사업은 우량하다고 보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보증 없이도 집단대출을 할 은행을 구하곤 했다. 이번엔 엘에이치가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서까지 갖췄는데도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되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부담을 져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입지 여건이 안 좋고 입주자의 경쟁력도 떨어지는 비인기 지역 아파트 중도금 대출 입찰에는 아예 안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이달 들어 신규 집단대출 입찰에 한 건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집단대출 중단’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노른자위’ 지역을 빼곤 중도금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인기 지역에 시중 은행은 아예 안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서울 강남이나 수도권 주요 신도시는 분양도 100% 되고 입주자도 대개 상환능력이 되는 사람들인 반면에 그 이외 지역은 위험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재직증명서 없어 중도금 대출 탈락 사례도 앞서 은행들은 분양 중도금을 빌려주는 집단대출에 응찰할지를 결정할 때 시공사의 시공 능력이나 아파트의 입지 조건 등을 주로 보았다. 보증부 대출의 특성 때문에 분양 계약자 개인한테는 여신심사의 기본적 잣대를 사실상 들이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달라졌다. 최근 은행들은 일부 분양 계약자한테는 중도금 대출을 거부하고 연소득을 살피는 등 여신심사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때 소득관련 서류를 내도록 하는데 재직증명서 등을 내지 못한 사람에게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때 형식적으로만 보던 개인 신용자료를 최근에는 연소득 2천만원 이상인지 등 꼼꼼히 살핀다”며 “향후 집단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방침이 나온다면 중도금 대출을 받기는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실수요자와 서민을 위한 대표적 정책금융 상품이었던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요건이 급작스레 강화되거나 사실상 중단됐다.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이후 부동산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주요 부처의 정책 신호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청약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일부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수요자가 금전 여건상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의 아파트 청약을 택하거나 분양 계약 뒤 시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거절당할 경우 이자 부담이 큰 제2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대출입찰 참여 은행 한곳도 없어
재직증명서 못내 대출 탈락도
투기세력과 구분않은 정책 추진
청약시장 실수요자들 혼란 가중
“가계부채 제2금융권으로 옮겨갈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이하 엘에이치)가 하반기 수도권과 부산에 분양할 공공주택 6곳(5528가구)의 중도금 대출 입찰에 단 한 곳의 은행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엘에이치 사업은 우량하다고 보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보증 없이도 집단대출을 할 은행을 구하곤 했다. 이번엔 엘에이치가 주택금융공사 등의 보증서까지 갖췄는데도 대출 은행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되거나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 부담을 져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입지 여건이 안 좋고 입주자의 경쟁력도 떨어지는 비인기 지역 아파트 중도금 대출 입찰에는 아예 안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이달 들어 신규 집단대출 입찰에 한 건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상의 ‘집단대출 중단’이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노른자위’ 지역을 빼곤 중도금 대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인기 지역에 시중 은행은 아예 안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서울 강남이나 수도권 주요 신도시는 분양도 100% 되고 입주자도 대개 상환능력이 되는 사람들인 반면에 그 이외 지역은 위험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재직증명서 없어 중도금 대출 탈락 사례도 앞서 은행들은 분양 중도금을 빌려주는 집단대출에 응찰할지를 결정할 때 시공사의 시공 능력이나 아파트의 입지 조건 등을 주로 보았다. 보증부 대출의 특성 때문에 분양 계약자 개인한테는 여신심사의 기본적 잣대를 사실상 들이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달라졌다. 최근 은행들은 일부 분양 계약자한테는 중도금 대출을 거부하고 연소득을 살피는 등 여신심사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때 소득관련 서류를 내도록 하는데 재직증명서 등을 내지 못한 사람에게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때 형식적으로만 보던 개인 신용자료를 최근에는 연소득 2천만원 이상인지 등 꼼꼼히 살핀다”며 “향후 집단대출에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방침이 나온다면 중도금 대출을 받기는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실수요자와 서민을 위한 대표적 정책금융 상품이었던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은 요건이 급작스레 강화되거나 사실상 중단됐다.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 이후 부동산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주요 부처의 정책 신호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청약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일부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수요자가 금전 여건상 상대적으로 비인기 지역의 아파트 청약을 택하거나 분양 계약 뒤 시중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거절당할 경우 이자 부담이 큰 제2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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