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신한·KB국민 3분기 실적발표
1~3분기 순이익이 작년 연간실적 추월
한은 6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자수익성↑
중도금 대출 등 ‘땅 짚고 헤엄치기’ 덕분?
1~3분기 순이익이 작년 연간실적 추월
한은 6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이자수익성↑
중도금 대출 등 ‘땅 짚고 헤엄치기’ 덕분?
시중은행들이 상반기에 이어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1~3분기 누적 실적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다. 부동산 활황기에 은행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저금리 환경에도 이자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높아진 덕분이란 분석이 나온다.
20일 신한은행과 케이비(KB)국민은행의 3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 발표한 우리은행 실적도 1~3분기 순이익(1조16억원)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9348억원)을 넘어서는 등 시중은행 세 곳이 모두 같은 흐름을 보였다.
신한은행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511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4897억원)보다 많았다. 전년 동기 대비 20.7% 급증한 은행 순이익을 바탕으로 신한금융지주의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4년 만에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은행의 1~3분기 누적 순이익도 1조1650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1조1072억원)을 돌파했다.
은행들은 여신 규모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의 증가를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구조조정과 투자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든 기업대출보다는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의 급증이 주요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구경회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대기업 대출보다 가계대출 규모가 늘면서 이자이익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이 지난해 3분기 말 117조711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11조614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반면에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88조8830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99조314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신한은행도 원화 대출금 전체는 1년 사이에 6% 증가했으나, 주담대를 비롯한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7.9% 증가해 이를 웃돌았다.
저금리가 가속화하는 환경에선 이자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위축되는 경향이 크지만, 국내에선 갈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금리가 싼 요구불예금에 몰리면서 은행들이 손쉽게 예대마진을 키우는 등 수익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6월에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우리은행은 3분기 순이자마진이 1.87%로 전분기보다 0.02%포인트가 오히려 올라갔다. 국민은행은 전분기와 동일한 1.58%를 유지했다. 신한은행은 전분기보다 소폭(0.0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해 시중은행들은 중도금 등 집단대출의 경우 보증부 대출로 리스크가 크지 않은데도 청약 광풍에 기대어 일반 주담대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등 가계대출 부문에서 손쉬운 영업을 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금융공사의 보증서를 받은 중도금 대출은 일반 주담대 대출보다 리스크가 적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중도금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일반 주담대 금리가 2% 중반까지 내려서던 3~6월 사이 우리은행은 아파트 8곳 중 7곳에 최대 3.9%까지 3%대 금리를 적용했다. 국민은행도 15곳 중에 11곳에 3%대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급증에 기대어 얻은 좋은 실적을 앞으로도 계속 건전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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