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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금융권 ‘문화융성’ 지우기…버리고 싶은 상품·협약 ‘눈치보기’

등록 2016-12-08 17:44수정 2016-12-08 17:50

협약 맺고 하던 ‘문화가 있는 날’ 이름 바꾸기
팔리지도 않는 애물단지 ‘문화융성카드’
‘문화융성펀드’는 단막극 투자 한 건 뿐
#1.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융성’ 업무협약을 체결했던 한 은행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문화융성 대표 정책인 ‘문화가 있는 날’ 행사 이름을 쓰고 싶지 않아서다. 결국 해당 은행은 분기마다 진행해오던 ‘문화가 있는 날’ 행사의 이름을 ‘직원 행복 행사’로 바꿨다. ‘문화융성’이란 문구가 쓰여있는 홍보물도 치웠다. 한 직원은 “문화융성은 커녕 ‘문화’라는 말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아 일단 이름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2. “이렇게 안 팔리는 카드라면 어차피 아무 의미가 없다고 봐야지요. 따로 홍보도 하지 않고 폐기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두고 있는 겁니다.” ‘문화융성카드’를 판매하고 있는 한 은행의 말이다. 올해 초부터 이 카드를 판매해온 해당 은행에서 지금까지 발급한 문화융성카드는 400개 수준에 불과하다. “내부적으로 하루 발급량이 500개 이상이면 존재감 있는 카드라고 하는데 1년 동안 400개라면 말 다한 거죠.”

금융권이 ‘문화융성’을 지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최순실·차은택씨 등이 박근혜 정부 국정 기조인 문화융성 관련 사업과 깊게 연관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차씨의 추천으로 장관이 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지휘로 각종 문화융성 협약이나 상품 출시를 한 은행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차씨가 위원으로 있던 문화융성위원회와 김 전 장관이 이끌던 문체부 등은 2014년부터 시중 은행과 문화융성 업무협약 체결에 나섰다. 당시 협약을 체결한 은행에서는 “기존에 은행들이 잘하고 있던 직원 문화 행사를 마치 문화융성 정책에 따라 하게 된 것처럼 포장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같은 행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 정부의 ‘문화융성’ 사업의 성과로 홍보됐다.

올해 초 문체부는 금융권과 손잡고 ‘문화융성카드’를 출시했다. 지난 1월27일 서울 마포구 동네서점 ‘땡스북스’에서 열린 카드 출시 행사에서 ‘1호 카드’의 주인이 된 이는 김종덕 전 장관이었다. 동네 중소 서점에서 서적을 구매할 때 15% 청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발급량도 적었던데다 이제는 부담스러운 이름이 됐다. 당시 출시 행사를 했던 동네 서점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책을 구매하며 문화융성카드를 쓰는 이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 2의 태양의 후예’를 만들겠다며 지난 5월 산업은행과 한국방송(KBS)이 출범한 ‘문화융성펀드’도 별 성과없이 사실상 방치 상태다. 출범 당시 1000억 규모의 ‘문화융성펀드’를 조성했고 출범식에는 고대영 한국방송(KBS)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김종덕 전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문화융성펀드’가 투자한 콘텐츠는 국내 미개봉작인 한국방송(KBS)의 4부작 단막극 <헤어진 다음날>뿐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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