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협의회 22일 박삼구 회장 요구 수용 여부 결론
최대주주인 우리은행과 산은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
반중, 호남 정서에 기댄 야당 대선주자들의 ‘훈수’
어떻게 결론나든 양쪽 법적 소송으로 새 국면 진입
최대주주인 우리은행과 산은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
반중, 호남 정서에 기댄 야당 대선주자들의 ‘훈수’
어떻게 결론나든 양쪽 법적 소송으로 새 국면 진입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점입가경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힘겨루기가 ‘장외’로 번져가면서 실타래가 더욱 꼬이는 모양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커지는 ‘반중 감정’에, 금호가 뿌리를 둔 ‘호남 정서’에 올라탄 정치권까지 숟가락을 얹으면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일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에 소속된 9개 금융기관에 박삼구 회장이 요구한 컨소시엄 구성을 수용할 것인지 묻는 서한을 보냈다. 회신 기한은 오는 22일까지다. 채권단은 지난 13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자금이 부족한 박 회장이 컨소시엄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주식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인정해줄 것인지 채권단 구성원들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앞서 주주협의회 회장인 산은은 박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것이어서 컨소시엄 방식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박 회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려면 주주협의회 의결권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채권단은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케이비(KB)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4%) 순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산은의 태도에 판세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애초 박 회장의 제안에 명확히 반대 의사를 밝히던 산은이 주주협의회에 굳이 안건을 부친 것이다. 산은은 법률적 다툼의 소지를 없애려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지난 19일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채권단을 압박했다. 같은 당의 안희정 후보도 “벌써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매각 절차를 다시 밟으라고 요구했다. 광주, 곡성 등 호남에 공장을 둔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에 매각되는 걸 사실상 반대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야당 대선 후보들의 태도는 ‘호남 표심’을 얻는 동시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커지고 있는 ‘반중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빠르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호남 정서와 대선 후보들의 지원을 얻게 될 경우 박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공인재무분석사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일관되게 박 회장의 인수를 전망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이슈와 관련해 몰매를 맞았던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이 기존에 세운 원칙을 스스로 번복한다는 비판을 또다시 감내하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채권단이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든지 간에 사태는 일단락이 아닌 새로운 논란으로 번질 조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컨소시엄 구성안이 주주협의회에서 부결되면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맺은 계약에 소송을 걸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컨소시엄 구성이 허용되면 더블스타가 채권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류이근 조계완 임지선 기자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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