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채권단)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전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요구를 부결시켰지만 당시 최대 채권자인 우리은행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결국 주채권은행이자 매각주관 은행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박 회장 요구를 거절한 셈이다. 이번 인수전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열린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의 안건은 두 가지였다.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이 있지만 인수자금이 부족한 박 회장의 컨소시엄 허용 요구안에 대한 찬반을 묻는 1안과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한 컨소시엄 구성안을 제출할 경우 허용 여부를 재논의 할 것인지 묻는 2안이었다. 금융권 말을 종합하면, 우리은행은 두 안건에 모두 찬성해 가결표를 던졌다. 우리은행은 박 회장이 독자적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없다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원칙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에서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안이 가결되려면 채권단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현재 채권단은 우리은행(33.7%), 산업은행(32.2%), 케이비(KB)국민은행(9.9%), 수출입은행(7.4%) 순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은행이나 산업은행 중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부결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산업은행이 이를 주도한 셈이다.
채권단 결정 뒤 박 회장은 물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 더블스타 둘 다 반발하고 있어, 앞으로 법정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더블스타는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을 허용할지 검토하는 것에 대해 매각주관 은행인 산업은행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 입찰 과정에서 더블스타에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보냈기 때문이다.
박 회장 쪽도 소송 카드로 산업은행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29일 금호아시아나그룹 쪽은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 허용을 재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 “입찰 진행 당시 더블스타에 보낸 확약서 때문에 컨소시엄을 허용하면 피소 가능성이 있어 불허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재논의한다는 건 더블스타로 보낸 확약서를 취소한다는 뜻이냐”고 산업은행에 공개 질의했다.
이런 상황 탓에 이번 인수전이 불발에 그치고 장기화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많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기한인 다음달 13일까지 컨소시엄 구성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을 것이고 박 회장과 더블스타 양쪽 모두가 법정 다툼을 시작할 수 있어 이번에 금호타이어는 어느 곳에도 인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임지선 조계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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