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죄자 저축은행 몰려 ‘풍선효과’
2월 증가분의 70%인 2조7천억원↑
2월 증가분의 70%인 2조7천억원↑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15개월 연속으로 은행권 대출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가계대출 죄기 정책 영향으로 대출의 풍선효과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가계대출 증가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7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2월말 현재 예금취급기관(은행 및 비은행예금취급 금융회사) 기준 가계대출은 한 달 전보다 3조9614억원(0.43%·전월대비)이 늘었다. 지난 1월 대출 증가분 3094억원(0.04%)을 크게 웃돈 것이다.
대출 증가세는 주로 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이 이끌었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지난 2월 한 달간 늘어난 가계대출은 2조7184억원으로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분의 70%에 이른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율이 은행권을 웃돈 것은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정부가 은행권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 죄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과 대략 맞아 떨어진다. 정부는 2014~2015년 2년 동안 부동산 시장 호황과 저금리 환경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자, 대출자의 소득을 면밀히 따져 돈을 빌려주도록 2015년 말부터 은행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은행권에서 돈을 제대로 빌리지 못하는 저신용 가구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회사를 통해 대출을 받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일단 은행권의 대출 폭증세는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은 월평균 0.76%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선 지난 1월 -0.34%, 2월엔 0.2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은행을 뺀 예금취급금융회사도 지난해(1.32%·월평균 증가율) 보다는 대출 증가속도가 다소 둔화됐으나 낮은 수준은 아니다. 이들 기관의 지난 2월 대출 증가율은 1% 수준이다.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는 “지난해 설립된 신용정보원에서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정보를 은행들이 받게 되면서 자체적으로 대출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대략 올해 가계대출은 지난해보다 6% 수준에서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상대적으로 여신 심사 기능이 취약하고 손실흡수능력이 부족한 상호금융 쪽의 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서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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