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로 국민은행 남대문지점 전담창구에서 고객들이 대출 상담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신용대출이 많거나 만기가 짧은 담보대출을 빌린 사람들은 앞으로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은행들이 연간 소득에 견준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최근 1~2년새 가계대출이 폭증세를 보인 데 따라 은행의 여신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다.
16일 케이비(KB)국민은행에 따르면, 17일부터 이 은행은 대출을 할 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00% 룰’을 적용하기로 했다. 디에스아르는 한해 동안 은행을 비롯해 돈을 빌려준 모든 금융기관에 내야 할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통상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잣대로 사용돼 왔는데, 앞으로는 대출을 심사하는 기준으로도 쓰이게 된다. ‘300% 룰’은 한 해 소득이 1억원일 때 대출에 따라 내야 하는 원리금(원금 및 이자) 상환액이 3억원을 넘어서지 않도록 대출을 관리한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디티아이의 경우, 은행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 외에 다른 대출의 경우엔 대출총액 정보를 토대로 시장 평균 이자율을 적용해, 대출자가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자값만 대출 심사에 활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용정보원 출범으로 각 은행별로 대출자들이 다른 금융기관에 매달 어느 정도의 원리금 상환액을 내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디에스아르를 대출 심사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자에 따라 디티아이 규제 비율은 충족하지 못했으나 디에스아르 비율은 충족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존재한다. 은행은 어떤 경우든 간에 좀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게 되기 때문에 대출자 입장에선 대출이 좀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까다로워진 대출 심사에 따라 직접적 영향은 신용대출이 많거나 만기가 짧은 담보대출자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업자 대출을 받기에는 신용도가 높지 않아 개인 명의의 대출을 받는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이나 일시상환식 담보대출의 경우 만기가 매우 짧다. 이런 대출은 그만큼 원리금 상환액이 높기 때문에 디에스아르 300%를 넘어서기 쉽다”고 말했다. 주로 만기를 2년으로 정하는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소비자도 300%룰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 만기일이 포함된 해에는 신용대출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다만 전세자금대출은 300%룰에 넘어서더라도 추가 대출 및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다만 햇살론과 같은 서민금융상품이나 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이 팔고 있는 대출은 ‘300% 룰’ 적용대상에서 빠진다. 디에스아르를 산정할 때는 이런 대출도 적용은 되지만, 300%를 넘더라도 대출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이 은행 쪽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의 대출 심사는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묶는 감독정책 방향의 큰 틀 속에서 은행별로 여신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모든 은행들이 국민은행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 사정에 맞게 가계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조정해 나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예금은행 가계대출은 53조7천억원이 늘어나 월평균 증가율이 0.76%였으나 올해 1~2월 증가율은 -0.07%로 뚝 떨어졌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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