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선진국 시장은 4월에 기록했던 주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가 재미있다. 정치적 불안 때문인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주가가 요동을 쳤다. 이 부분이 탄핵까지 가진 않아도, 경제 정책을 펴는 데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경기 서프라이즈지수(ESI:Economic Surprise Index)라는 게 있다. 실제 발표된 경제지표가 전망치와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조사한 지표다. 지수가 기준선인 ‘0’보다 크면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시장전망치를 상회했음을 의미하고, 기준선 밑에 있으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4월 초에 미국의 해당 지수가 최고치를 기록한 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해당 지수가 더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질 때는 기대가 실제보다 더 빠르게 상승해 둘 사이에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치는 선진국 시장이 멈춰선 표면적인 이유일 뿐,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고 생각된다. ‘높은 기대’가 그것인데, 실제 지표 이상으로 심리적 변화가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추락하던 미국 경제가 2009년 6월에 바닥을 찍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94개월째 상승을 이어오고 있다. 1950년 이후 세 번째로 긴 회복세다. 나머지 두 번은 1980년대와 1990년에 있었는데 미국 경제가 구조적 변화를 겪은 직후에 나타난 회복세이어서 상당히 강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이런 장기 회복 때문에 미국에서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주가도 경기 회복에 영향을 받아 250% 가까이 상승했다. 지금 주식시장은 단순히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걸 넘어 ‘기대’가 주가를 움직이는 형태까지 발전했는데, 앞의 경기 기대지수 움직임이 대표적인 예다.
당분간 ‘기대’로 대표되는 심리적 요인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대와 실제 지표 사이와 격차가 커지면 이를 줄이기 위한 주가 조정이 나타나지만, 둘 사이에 격차가 줄어든 후에는 거꾸로 기대가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심리적 요인이 가격을 움직이는 동력인 만큼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심리는 경제지표보다 더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 시장이 선진국보다 강하게 움직이는 것도 심리적 요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선진국 시장은 작년 11월부터 상승한 반면, 우리 시장은 4월이 되어서야 오르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 시장이 기대를 반영할 여지가 큰데 경기 회복과 맞물려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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