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3.70포인트 오른 2,347.38로 장을 마감한 3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1975년에 종합주가지수가 처음 발표됐다. 지금까지 42년 5개월이 지났는데, 해당 기간 동안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한 건 5년 10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36년 7개월은 주가가 횡보하거나, 하락하거나 또는 떨어졌다 회복하는 형태였다. 주가가 고점을 경신하면서 오르는 이른바 대세 상승이 전체의 15%에 불과했다는 의미가 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현재 시장은 드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 된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경제와 산업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인데, 첫 번째 상승인 70년대 중반은 중동특수에 의한 건설업 호황이 원인이었다. 1986~88년 사이 종합주가지수가 150에서 1000까지 오른 두 번째 상승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넘어오는 과정이었다.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는 70년대에 이미 시작됐지만, 중복 투자와 낮은 기술력으로 인해 80년대 중반까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3저 호황을 계기로 상황이 바뀌었는데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우리 중화학공업 기업들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2003~2007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수익구조가 변한 게 상승 원인이었다.
그리고 지금이다. 4번째 대세 상승이 진행되고 있는데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이 과거와 좀 다른 것 같다. 지난 대세 상승은 모두 거시적인 변화가 주가 상승을 촉발한 반면, 이번에는 기업 단위의 변화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에 발생했거나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익이 거시변수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거치면서 우리 주식시장도 선진국과 같은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1980~90년대 미국이나 유럽의 주식시장은 한 번에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작은 폭이지만 꾸준히 올랐는데 주가가 이익을 반영해 움직인 덕분이다. 반면 우리 시장은 급등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계단식으로 움직이는 이머징 마켓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였다. 거시변수나 산업 구조가 개선되는 동안에는 주가가 급등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장기간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앞으로 상승 요인이 달라지는 만큼 우리 시장도 상승 속도는 느리지만 지속 기간이 긴 형태로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선진국 시장은 이머징 마켓보다 예측 가능성이 큰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금은 지난 6년간 쌓였던 이익이 한꺼번에 시장에 반영하는 상황이어서 주가가 생각보다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어떤 단계가 되면 시장이 급등·급락이 없는 안정적인 형태로 바뀔 것이다. 주가의 형태가 바뀌면 자산 선택도 달라진다. 수익에 대한 예측성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주식 투자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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