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증시 부양대책의 하나로 신도시 아파트 중도금 납입 일자를 늦춘 적이 있다. 건설사로서는 황당한 일이었겠지만, ‘주가지수=정권 지지율’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당시 정부에게는 절실한 문제였다.
과거에는 부동산은 주식과 같이 할 수 없는 존재로 생각했었다. 유동성이 많지 않아 주식과 부동산 모두를 움직일 수 없는 만큼,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는 주식과 부동산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상승 요인이 같기 때문인데, 경기와 유동성이 주식과 부동산을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그런 데에도 둘이 반대로 움직인다고 느낀 건 시차 때문이었다. 주가가 먼저 움직인 후 부동산이 뒤따라 움직였는데 이렇다 보니 둘의 움직임이 어긋난다고 느끼는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사이에는 선후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주식은 적은 돈으로도 투자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자산규모가 커 시중 유동성이 충분히 늘어난 이후에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모두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작년에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금융위기 이전 최고치를 넘었다. 우리나라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은 금리가 낮아 부동산 가격상승이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경기회복을 위해 정부가 어느 정도 가격상승을 용인하기도 했었다.
버블은 부동산에 의해 완성된다. 어느 나라든 부동산이 가장 큰 자산이어서 버블 붕괴가 일어나더라도 부동산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다. 2000년 아이티 버블과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비교해 보면 차이를 알 수 있다.
국내외 자산 시장의 버블이 완성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 가격이 낮은 자산을 찾기 힘든 상태가 됐는데, 주식과 채권 모두가 사상 최고치 부근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이 가세해 부담이 커졌다. 모든 버블이 파국적인 형태로 끝나는 건 아니다.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끝날 수도 있다. 그만큼 정책을 잘 펴야 하는데, 정부 입장에서 부담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9년 전 부동산 가격상승이 금융위기로 발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버블 붕괴로 고생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이를 막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시장이 생각하는 횟수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과감하게 거둬들이는 게 그 정책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곤란을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자산 가격상승은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하지만 어떤 수준을 넘으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그 한계선을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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