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되도록 금융위원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금융기관장이나 금융협회장 인선도 늦춰지거나 오리무중에 빠졌다. 서울보증보험은 사장 자리가 넉달째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 등 최고경영자(CEO)가 빈 금융기관도 여럿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에 다수의 금융협회장이 임기를 마칠 예정인 터라 새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관행이 이어질지 관심이 뜨겁다.
서울보증보험은 지난 3월 당시 사장이던 최종구씨가 수출입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사장 공백이 넉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사외이사(4명)와 비상무이사(1명)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자격 요건을 만들어 사장 후보자를 공개모집하도록 돼 있는데, 아직까지도 임추위가 꾸려지지 않았다.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이 회사의 지분 94%를 보유하고 있는 터라 서울보증보험 사장 인선 지연은 새 정부의 금융당국 인선 지연과 맞물린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에 대한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서울보증보험에서도 후임 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협은행도 최고경영자 공백이 두달 남짓에 이른다. 그간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 추천한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 등 5명으로 구성한 행장추천위원회가 열두번이나 열렸으나 후임 행장을 정하지 못했다. 정부와 수협은행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수협중앙회가 서로 미는 후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원태 전 행장을, 수협중앙회 쪽은 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를 지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임 금융위원장 임명이 이뤄지면 수협은행장 인선 문제의 해법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에 몰려 있는 금융협회장 인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임기는 다음달 만료가 되고 하영구 은행연합회장과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도 각각 11월과 12월에 퇴임한다. 한 금융협회의 간부는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 문제가 크게 불거지면서 그해 하반기에 단행된 협회장 인사에 대부분 (공무원이 아닌) 민간기업 출신 인물들이 낙점됐다. 그때 협회장에 오른 인물들이 올 하반기에 줄줄이 퇴임하는 상황인데, 민간인 기용 방침이 이어질지 아니면 세월호 이전과 마찬가지로 관에서 낙하산이 내려올지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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