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50대 김아무개씨.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실손보험 의료비를 청구할 때마다 번거로움을 느낀다. 진단서 등 증빙서류 원본을 발급받는데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이 들어서다. 등산을 하다가 크게 다쳐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을 대신해 보험금을 청구한 이아무개씨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보험 수익자인 남편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답변을 보험사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8일 보험금 청구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위와 같은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일단 김아무개씨처럼 보험금이 100만원이 안되는 경우에는 진단서 사본만 제출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김씨와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직장인은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입·퇴원확인서 등 증빙서류를 준비할 시간을 내기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금감원은 100만원 이하 소액 보험금은 온라인이나 모바일앱, 팩스 등을 통해 증빙서류 사본을 제출해도 된다고 밝혔다.
이아무개씨처럼 보험 수익자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보험 수익자가 치매에 걸려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금감원은 보장성 보험과 같이 장기 계약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는 ‘지정 대리 청구인 서비스 특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보험계약자가 대리 청구인을 지정할 수 있고, 지정된 사람이 수익자 대신해 증빙서류를 제출하고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대리 청구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험수익자와 함께 살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주민등록상 배우자이거나 3촌 이내의 친족만 가능하다.
사고내용이 복잡해 보험금 심사가 길어져 낭패를 겪는 보험 가입자도 적지 않다. 지연되는 심사 탓에 수술비나 입원비를 대출받아 내는 사례도 있다고 금감원 쪽은 귀띔했다. 이런 경우에는 ‘가지급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 보험사가 지급 사유에 대한 조사나 확인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잠정적으로 추정되는 보험금의 최대 50% 내에서 먼저 지급토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생명보험이나 실손보험, 화재보험, 자동차 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에 모두 적용된다.
이외에도 보험금을 받을 계좌를 미리 보험사에 등록해 놓는 것도 시도해볼만 하다. 보험 가입 이후 이사를 가는 등 주소가 바뀌어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보험금을 받을 계좌를 사전에 등록해 놓으면 보험금이 발생하는 즉시 계좌에 돈이 입금된다. 계좌 등록은 보험 가입 당시 뿐만 아니라 가입 이후에도 가능하며, 보험사에 따라선 콜센터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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