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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바이오업체 주가 열풍 ‘상식’에 맞나

등록 2017-11-16 15:05수정 2017-11-22 17:53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1999년의 일이다. 회사가 설립된 지 3년도 지나지 않은 이동통신 회사 케이티에프(KTF)의 시가총액이 케이티(KT)를 넘어섰다. 이동통신이 대세라 해도 국가 기간통신사와 신생 자회사의 시가총액 순서가 뒤바뀔 정도는 아니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이를 인정하느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였다. 생각하기에 따라 투자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이다. 결과는? 10여일 후부터 케이티에프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케이티와 합병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시가총액이 상장된 모든 백화점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커졌다.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화장품 매출이 급증한 덕분이었다. 이 현상이 맞느냐 틀리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주가는 1년 가까이 밀고 당기고를 거듭하다 하락으로 마무리됐다. 시장이 화장품 회사 하나보다 주요 유통 채널 모두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바이오처럼 성장성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주식은 가치를 평가하기 힘들다. 참고할 만한 과거 사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너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업종 주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면 세상이 바뀐 걸 모른다는 핀잔을 듣기 쉽다. 그래서 지나놓고 보면 ‘왜 그때 사람들이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가가 올랐다가 폭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사용하는 도구가 ‘상식’이다.

셀트리온 3개 회사의 시가총액이 38조가 됐다. 현대차보다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을 제외한 40개 거래소 제약사의 시가총액이 22조다. 다 모아봐야 셀트리온 한 회사만큼도 안 된다. 상장 후 1년도 되지 않은 신라젠의 시가총액이 한때 한미약품보다 커졌다. 한 달 전만 해도 한미약품은 우리나라 바이오와 제약회사 중 현재 이익은 물론 성장성까지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던 회사다. 기업에 대한 판단과 주식의 선택이 다른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건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바이오 주식 상승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이 크게 올랐다. 연초 이후 상승률만 보면 거래소와 격차가 없어졌다. 코스닥의 최대 강점인 거래소 대비 낮은 상승률 부분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코스닥 주가 상승의 실마리는 거래소 시장이 제공했다. 반도체 주가 급등으로 거래소 시장에서 투자 종목을 찾기 힘들게 되자 매수가 시장을 뛰어넘어 코스닥으로 이동한 것이다. 때마침 바이오 대형주들의 주가가 급등했고, 이를 계기로 시장이 바이오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모든 가격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지만, 상식과 맞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지금 바이오 주식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도 그렇다. 투자자들이 현재 주가 움직임이 상식에 맞는 거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순간 주가가 위험해 질 수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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