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금융·증권

“반도체 경기 정점” 경고음이 부담스럽다

등록 2017-11-30 18:25수정 2017-11-30 21:41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2000년 7월에 삼성전자 주가가 40만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아이티(IT) 거품 붕괴로 종합주가지수가 연초 대비 18%나 하락하는 중에도 유독 삼성전자만 45%나 상승한 것이다. 반도체 낙관론에 힘이 실렸다. 그럴 만도 한 게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익도 뒷받침됐는데 2000년 3분기에 영업이익이 최초로 2조원을 넘었다.

하락은 보고서로부터 시작됐다. 그해 6월에 미국에서 반도체에 관한 두 장짜리 보고서가 나왔다. 반도체처럼 진폭이 큰 산업은 가장 좋을 때에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지금이 그 시점이란 의견이었다. 삼성전자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반도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 보고서였다. 처음에는 이 의견을 무시하는 분위기였다. 세상이 바뀐 걸 생각지 못하는 철없는 얘기라는 말부터, 주식 매매를 붙이기 위한 협잡이란 의견까지 다양했다. 그러는 사이 주가는 7월에 정점을 기록하고 하락하기 시작했다. 하락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10월 중순에 12만원으로 내려왔다. 석 달 사이에 주가가 64%나 하락한 것이다. 영업이익도 2000년 4분기에 1조5000억원대로 25% 가까이 줄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후 애널리스트가 어떤 자세로 분석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남았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외국 증권사에서 반도체 경기 정점이 멀지 않았으니 보유를 줄이라고 권유하자 관련 주식이 크게 하락했다. 2020년까지 반도체 호황을 예상하고 있는 우리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깜짝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내년에 반도체 경기가 꺾인다 해도 지금 당장 주가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시장이 좋기 때문인데, 선진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여서 반도체 주가 하락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보다 반도체 경기 정점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게 더 부담스럽다. 한달 반 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에서 반도체 경기 정점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하락 폭이 이번보다 작았다.

반도체 경기 호황이 3년을 넘은 적이 없다. 1994년에 시작된 1차 호황은 지속 기간이 34개월이었다. 1999년의 2차 호황은 그보다 짧아 22개월에 그쳤다. 3차 호황이 시작되고 이미 28개월이 지났다. 호황의 동력은 이번이 제일 약하다. 1차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판매가, 2차는 인터넷과 핸드폰의 본격적인 보급이 동력이었다. 이번은 동력이 뭔지 잘 모르겠다.

반도체 호황 때 해당 주식은 짧은 시간에 강하게 상승한다. 반대로 호황이 끝나면 빠르게 떨어진다. 이번 삼성전자 상승도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결과인 만큼 경기가 꺾이면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 바이오가 난리를 치더니 반도체가 가세했다. 정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다.

이종우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Weconomy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
◎ Weconomy 페이스북 바로가기: https://www.facebook.com/econohani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관세 송곳니 트럼프에 “설마가 현실로”…반도체·철강도 사정권 1.

관세 송곳니 트럼프에 “설마가 현실로”…반도체·철강도 사정권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2.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 납품’ 외신 또 오보

국내 항공사 항공기 416대 ‘역대 최다’…올해 54대 추가 도입 3.

국내 항공사 항공기 416대 ‘역대 최다’…올해 54대 추가 도입

공정위 칼 빼든 ‘쿠팡 끼워팔기’…위법인가, 마케팅 수단인가 4.

공정위 칼 빼든 ‘쿠팡 끼워팔기’…위법인가, 마케팅 수단인가

‘딥시크·트럼프발 악재’ 여파 환율 급등…‘1500 방어선’ 지켜낼까 5.

‘딥시크·트럼프발 악재’ 여파 환율 급등…‘1500 방어선’ 지켜낼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