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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셀프연임’ 김정태 하나금융회장 겨냥한 금융위

등록 2017-12-10 17:00수정 2017-12-12 08:36

“금융사 승계프로그램 점검하겠다”
3연임 준비 김정태 염두 해석
금감원 “2015년 연임때 회추위가
사실상 김정태 추대쪽으로 논의해”
하나 “내년초 회추위가 절차 결정”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사진.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사진.
금융당국이 지난 2013년 케이비(KB)금융 내분 사태 이후 4년 만에 다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승계 문제에 칼을 빼들 조짐이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의 이른바 ‘셀프연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금융회사의 승계 프로그램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10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비엔케이(BNK)금융지주 때부터 최근 (회장 연임이) 확정된 케이비에 이르기까지 관찰해보면 금융회사들이 최고경영자 승계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법과 규정이 정한 취지대로 승계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문제점은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2013년 6월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적 운영과 금융회사 임원의 합리적 보수 책정,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의무 설치 등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처음 수립한 바 있다.

앞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고경영자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최고경영자 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만든다는 논란이 있다.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는 것도 논란”이라고 밝혀, 발언의 취지와 배경에 관심이 쏠려왔다.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3연임’을 준비 중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회장은 지난 2012년 3월 회장직에 오른 데 이어 2015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내년 3월 다시 회장직에 도전할 예정인데, ‘셀프 연임’ 의혹이 짙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2016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보면, 하나금융은 지난해 10월21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회장 후보군으로 내부 인사 8명과 외부 인사 6명 등 모두 14명을 확정했다. 이 회의에는 6명의 사외이사 뿐만 아니라 김 회장도 직접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다.

금융감독원의 한 간부는 “2015년 연임 당시에도 회추위가 복수 후보를 놓고 검토하기보다는 사실상 김정태 현직 회장을 추대하는 형태로 논의가 이뤄졌다. 연임 결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을 당시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에게 금감원이 별도로 설명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한 고위 간부도 ‘하나금융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 “잠재적 회장 후보 경쟁자들에게 제초제를 다 뿌려놓아 성장할 수 없도록 한 다음에, ‘나홀로 후보’가 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쪽은 “내년 초에 회추위에서 차기 회장 선출 절차와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며 “하나금융 내규상 본인이 스스로를 추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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