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숫자들이 쉴새없이 변화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법안을 준비중이라는 법무부에 발표에 급락했던 가상화폐는 이내 예전의 시세를 회복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가상통화 거래소와 손 잡고 가상계좌 등을 제공해온 금융회사들이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발을 점차 빼고 있다. 은행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이고 있는 금융당국은 일부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하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12일 금융당국과 은행권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신한은행은 지난 10일 빗썸과 코빗, 이야랩스 등 가상통화 거래소 3곳에 공문을 보내 기존 가상계좌에 대한 정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오는 15일부터 신한은행의 가상계좌에선 개인 계좌로 출금만 가능하고 입금은 중단된다. 신한은행을 통한 가상통화 매입은 사실상 중단되는 셈이다. 또 애초 19일 도입 예정이던 ‘가상통화 거래용 실명확인 서비스’도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은행 쪽은 “시스템은 개발 완료했으나 가상통화 거래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엔에이치(NH)농협도 거래소와의 가상계좌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실명확인 서비스 도입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이미 가상계좌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카드사들도 해외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카드로 가상통화를 살 수 없도록 거래를 중지하기로 했다.
금융권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의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규제 강도를 점차 높여가는 상황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상통화 거래를 직접 규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거래를 지원하는 은행을 통한 간접 규제에 나서고 있다. 그 강도도 애초에는 은행권에 협조를 요청하는 수준이었으나, “은행들이 범죄·불법 자금의 유통을 방지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는커녕 이를 방조하고 조장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최종구 금융위원장)라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으며 점차 은행의 관련 임직원 문책까지 거론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법 위반 사항을 일부 포착한 상황이다. 이준호 금융감독원 감독총괄국장은 “최근 은행 현장 점검 과정에서 내부통제 미흡 사항 등을 발견했다.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점검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농협·기업·신한·국민·우리·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자금세탁방지 의무 이행실태와 실명확인 시스템 운영 준비현황 등을 살피는 현장 점검을 벌여왔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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