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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하나금융, 금융당국 제지 뿌리치고 ‘김정태 3연임 마이웨이’

등록 2018-01-15 18:58수정 2018-01-15 21:56

금감원 부원장 등이 찾아와
“특검중이니 미뤄달라” 요청했으나
회장후보 인터뷰 강행
부당대출 의혹 무관 비치며
‘시간은 우리 편’ 계산
금융권선 2009년 KB사태와
같은 길 가나 우려
일각선 ‘대통령과 동문이라’ 구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하나금융을 겨냥한듯한 작심발언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제공사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5일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하나금융을 겨냥한듯한 작심발언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제공사진.
하나금융이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하나금융은 예정보다 한 달 앞서 신임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가 하면 금융당국이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회장으로서 결격 사유가 없다”며 예정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15일 하나금융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윤종남 이사회 의장)는 이날 예정대로 회장 후보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회추위는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16일 후보군을 3~4명으로 압축한 뒤 오는 22일께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후보군에는 김정태 현 회장이 포함돼 있다.

애초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회추위가 예정대로 일정을 이어갈지는 미지수였다. 앞서 지난 10일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과 오승원 부원장보는 하나금융 회추위의 요청에 따라 하나금융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권 부원장 등은 하나금융 쪽에 “회추위 일정을 3주 정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부당대출 등의 의혹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뒤에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달라는 것이었다. 권 부원장은 “회장 최종 선임(주주총회)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한 달 정도 시간이 더 남아있다. 자칫 회장 후보가 선출된 뒤에 후보의 법적 문제가 드러나게 되면 하나금융의 경영 공백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하나금융은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지배구조 문제 등과 관련한 금감원 검사를 받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금융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금융권 적폐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얼음장처럼 차갑다”며 “금융인 중 ‘어떤 경우에도 간섭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생각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하나금융을 겨냥한 ‘작심 발언’에 나섰다.

사정이 이런데도 하나금융 쪽은 금감원 검사 결과가 회장 후보군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자체 판단 아래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아이카이스트 대출 건은 이미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논란이 되어 모두 자료를 제출했고 그 뒤에도 당국의 조사를 다 받은 사안이다. 그 건이 문제가 있다면 이미 문제가 됐을 것이다. 또 그 대출은 영업본부장 전결사항으로 회장 후보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쪽은 ‘시간은 우리 편’이란 계산도 하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라 최종 제재가 결정되기까지 최소한 3~4개월이 걸리지만, 회장 선임 절차는 3월에 모두 마무리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하나금융의 초강수가 김정태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문인 점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금융권에선 ‘2009년 케이비(KB) 사태’의 재판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2009년 12월4일 케이비금융 회장 후보로 내정됐으나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자진 사임한 바 있다. 당시에도 금융당국은 회장 선출 과정의 불공정 등의 이유를 들어 회장 선임 절차 연기를 요구했으나 강 행장 쪽은 강행한 바 있다.

김경락 박수지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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