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하나금융그룹에 대한 검사를 잠정 유보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의 감독 행위가 특정 금융그룹의 이해에 맞춰 조정되는 모양새로, 전례없는 일인 탓이다.
권인원 금감원 부원장은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하나금융을 상대로 한 검사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오는 22일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가 결정된 이후 검사가 다시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부원장은 “금융당국이 민간 금융회사의 인사에 관여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하나금융노조가 당국에 제보한 아이카이스트 부당대출 의혹과 전 금융권을 상대로 진행 중인 채용비리 의혹 등을 점검하기 위해 하나금융에 대한 검사를 벌여왔다.
금감원의 이런 조처는 매우 급작스럽게 이뤄졌다. 지난 12일 금감원은 하나금융을 찾아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2~3주 정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하나금융이 이를 거부하자, 15일엔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당시 금감원 쪽은 검사 결과에 따라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군의 결격 사유가 드러날 경우 자칫 경영 공백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선임 절차 연기를 요구했다.
결국 하나금융 쪽 요구대로 일정이 진행되고 외려 금융당국 검사가 연기되면서, 금융권에선 김정태 현 회장의 정치적 배경이 든든하기 때문이라는 세간의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김 회장은 최범수 전 한국크레딧뷰로(KCB) 대표이사,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 등과 함께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에 선정됐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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