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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4월부터 연체금리 3%p로 뚝…“빚 못 갚아도 집 바로 안 뺏는다”

등록 2018-01-18 13:59수정 2018-01-18 21:17

정부 ‘취약·연체 차주 지원 방안’ 발표
실직·질병 땐 원금상환 미룰 수 있어
10~15%p 수준 연체금리 3%p로 조정
담보권 실행도 1년 유예해주기로
이르면 4월부터 대출 연체를 할 때 붙는 가산금리(이하 연체금리)가 10%포인트 내외인 현재 수준에서 3%포인트로 뚝 떨어진다. 또 주택담보대출을 제 때 갚지 못해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행사하려할 때 1년 간 이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는 내달 중 도입된다. 또 실직이나 질병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 계약을 맺었더라도 이자만 최장 3년간 낼 수 있게 된다. 시중금리가 점차 오르면서 취약 차주의 빚 상환 부담이 빠르게 불어날 가능성이 커진 데 따라 정부가 마련한 대응 조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신용회복위원회 등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취약·연체 차주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원금 상환 유예 제도가 도입된다. 대상은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와 대출 금액이 1억원이 넘지 않은 비주택대출 대출자, 전세보증금이 4억원 이하인 전세자금대출자이다. 이들이 폐업이나 휴업, 비자발적 실직, 자연재해, 피상속인의 사망, 질병 등의 사유로 빚을 갚기 어렵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을 하면 대출 유형별로 원금 상환을 최대 3년까지 미룰 수 있다.

예를 들면, 10년 원리금 분할상환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질병을 얻어 일을 하지 못하게 됐다면, 우선 1년은 이자만 갚고 원금 상환은 그 뒤로 미룰 수 있다. 원금 유예는 최대 2회 연장할 수 있다. 만기 일시 상환 대출 계약을 맺은 사람은 사실상 만기가 연장 되는 효과가 있다. 신용대출은 원금 상환 유예 기간이 최대 1년이며, 전세자금대출은 잔여 전세계약기간 범위 내에서만 유예할 수 있다. 다만 질병 보험금을 많이 받았거나 상속·증여재산이 넉넉한 경우처럼 상환 능력이 있다고 평가를 받으면 앞선 조건을 충족해도 원금 상환 유예가 거절될 수 있다. 홍석린 금감원 팀장은 “금융회사들마다 원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원금 상환 유예 조건이 제각각이어서 소비자들이 이용에 불편이 컸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해당 요건을 명확히 제시하고 체계화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은행권은 내달부터, 증권·보험·카드사·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은 5월부터 도입된다.

연체금리는 4월부터 3%포인트 수준으로 뚝 내려간다. 연체금리는 금융회사별로 적용 방식이나 그 수준이 서로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최고 금리가 10%포인트 수준에 이른다. 한 예로 케이비(KB)국민은행은 현재 연체 기간이 1개월 이하면 6%포인트, 1개월 초과~3개월 이하면 7%포인트, 3개월 초과는 연 8%를 적용하고, 예외적인 경우엔 최고 15%포인트가 붙는다. 금융당국이 연체금리 상한선을 3%포인트로 묶기로 한 데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원가 분석 연구가 한 몫했다. 이에 따르면, 연체로 인해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중 대부분이 약정 대출 금리에 이미 반영돼 있고, 추가 비용은 추심비용과 같은 관리 비용만 있다. 그 수준이 3%포인트 미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연체금리가 5%포인트를 넘지 않는다는 점도 연체금리 큰 폭 조정의 명분이 됐다.

윤덕기 금융위 금융정책과 사무관은 “연체 금리는 사실상 징벌적 부과금과 비슷한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체가 길어질수록 금융회사의 부담도 더 불어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연체 금리가 내려도 금융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연체 수익이 많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전체 이자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연체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자의 연체이자 부담이 연간 5조3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담보권 실행 유예제도 도입도 눈길을 끈다. 이 방안은 이르면 내달부터 시행된다. 통한 금융회사는 대출자가 빚을 상환하지 않으면 담보로 잡은 물건을 시장에 경매 처분해서 대출을 회수한다. 이를 ‘담보권 실행’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대출자에 한해 그 실행을 1년간 유예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은 주택담보대출 연체 기간이 한 달이 넘어야 하고, 가격이 6억원 이하인 1주택 소유자여야 한다. 또 부부합산 연소득이 7천만원이 넘으면 안 된다.

담보권 실행 유예 기간 동안 무는 이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2.2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 금리가 적용되며, 담보권 실행 유예 신청 때까지 발생한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된다.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1주택 소유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협회장 등 주요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열어, “취약·연체 차주에 대한 지원은 차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특히 지원방안이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차주의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은 차주가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고, 금융회사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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