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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가상통화 하루 1천만원 이상 입출금 땐 돈세탁 의심거래 통보

등록 2018-01-23 18:52수정 2018-01-24 09:12

6개은행 ‘실명확인 서비스’ 구축
은행계좌주-거래소투자자 같을때
입출금 가능하도록 설계
기존 가상계좌엔 추가입금 못해

은행에 ‘돈세탁 의심’ 보고 의무화
하루 1천만, 1주일 2천만원 넘거나
1일 5회·1주일 7회 이상 입출금땐
금융분석원에 반드시 보고토록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오는 30일부터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가 실시된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친 계좌를 개설해야만 가상통화 매매를 위한 입출금이 가능해진다. 기존 가상계좌를 활용한 거래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 입금은 할 수 없다. 또 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와 관련해, 하루 1천만원 이상 입출금 하는 등 고액 거래를 발견하면 돈세탁 의심거래로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농협·기업·하나·광주은행 등 6개 은행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구축을 마무리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28일 밝힌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은행이 실명확인한 계좌주 정보와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정보가 일치될 때만 가상통화 거래를 위한 입출금이 되도록 설계됐다. 투자자는 본인이 거래하는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에 본인 계좌를 개설하고, 그 계좌 정보를 거래소에 등록해야 한다.

주된 거래 수단이었던 ‘가상계좌’는 앞으로도 쓸 수는 있으나 이용에 제약이 따른다. 실명제가 시작되는 30일부터는 가상계좌에 추가 입금이 금지되는 탓이다. 이미 계좌에 넣어둔 자금 한도 내에서만 가상통화 매매가 가능하다. 소규모 거래소에서 활용되던 법인 일반계좌를 통한 거래는 사실상 금지된다.

가상통화 투자자들 사이에선 ‘실명제 실시’로 신규 자금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 조처로 가상계좌 추가 발급이 중단되면서 가상통화 매매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던 신규 투자자들이 실명제 시행을 계기로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당국이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이라는 강력한 신규 수요 억제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은 돈세탁 방지 의무를 은행에 ‘포괄적으로’ 부여한 것이 핵심이다. 돈세탁 징후가 있는 거래소와는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 계약을 맺지 말라는 것이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돈세탁이 발생하면 그 책임을 은행도 떠안아야 한다. 은행으로선 이런 부담을 안고 거래소와 투자자에게 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 어렵다. 실명확인 서비스를 구축한 6개 은행 중 하나·광주·기업은행은 현재 어떤 거래소와도 계약을 맺지 않고 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은행은 거래소가 투자자의 거래자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거래소가 투자자별 거래내역을 구분해서 관리하고 있는지, 투자자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거래소의 고유 재산과 투자자의 투자금을 분리·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은행이 모두 확인해야 한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거래소와는 은행은 거래를 거절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실명제와 결합한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이 부실 거래소 퇴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가이드라인은 투자자들도 정조준한다. 투자자 중 자금세탁 징후가 있는 경우에는 은행은 해당 거래 정보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의심거래보고)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자금세탁 징후가 있는 투자자가 법인 또는 단체인 경우, 하루 1천만원·일주일 2천만원 이상 고액 입출금이 이뤄지는 경우, 1일 5회·일주일 7회 이상 입출금이 이뤄진 경우 등을 예시로 담았다. 이런 거래를 한 투자자들은 자칫 돈세탁 혐의로 금융정보분석원이나 검찰·경찰의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이 거래소와 투자자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제공할지 여부는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다. 다만 은행은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고 자신할 때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금융당국의 상시 점검 과정에서 법령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엄중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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