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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증권

3천억원 기금 만들어 ‘사회적 금융’ 키운다

등록 2018-02-08 15:01수정 2018-02-08 21:27

정부, 5년간 ‘사회가치기금’ 조성
재정 투입하고 민간자본 끌어들여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등 지원
중개기관 인증제 도입, 정책금융 투자 확대도
사회적 협동조합 도우누리 총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사회적 협동조합 도우누리 총회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정부가 취약한 복지수준을 메우기 위해 ‘사회적 금융’ 기반 마련에 나선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거나 이들에게 돌봄·간병과 같은 공공성이 짙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에 시설·운영 자금을 빌려주거나 지분을 투자하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뜻이다. 정부는 민간 자본 중심으로 사회적 금융을 활성화할 방침인 터라, 여기에 참여할 민간 자본의 규모나 의지가 정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사회적 금융 활성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잇는 후속조처다. 사회적 금융의 성격이나 범위를 놓고 다양한 갈래의 논의가 있어 왔으나 정부는 “보조나 기부행위가 아닌 투자와 융자, 보증 등 회수를 전제로 사회적경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활동”으로 개념을 규정했다.

이 방안은 크게 세가지 줄기로 구성된다. 먼저 5년간 3천억원을 목표로 한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한다. 기금 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도 일부 포함돼 있으나 절반 이상은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마련된다. 정부는 이달 중 민간 주도로 ‘기금 추진단’을 꾸려 올 하반기쯤 기금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 기금은 사회적 경제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거나 출자를 하지 않고 이런 기업들에 금융을 지원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도매금융’ 구실을 한다.

두번째는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 인증제’ 도입이다. 사회적 금융을 주로 하는 중개기관과 이 업무를 부수업무로 하는 벤처캐피탈과 같은 일반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사회적 금융 중개기관’으로 정부가 인증한다. 인증을 받은 중개기관은 사회가치기금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정부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은 정책금융기관들의 사회적 금융 투자 확대이다. 민간에 전적으로 의지하기에는 사회적 금융 토대가 매우 부실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정부가 ‘마중물’을 붓겠다는 취지다. 서민금융진흥원은 누구도 찾아가지 않아 쌓여있는 휴면예금을 활용해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사업을 최대 80억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보증기관들도 이런 기업들에 특례 보증 공급 규모를 늘려가기로 했다. 이외에도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성장사다리펀드나 고용노동부의 모태펀드, 중소기업벤처부의 임팩트펀드도 사회적 금융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회적 기업등 사회적 경제기업의 수와 매출 규모는 불어나면서 이들 기업의 자금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금융 분야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방안이 나온 배경을 설명했다. 2007년 사회적 기업이 처음 등장한 이래 협동조합과 자활기업, 마을기업을 포함하는 사회적 경제기업은 모두 1만5천여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정부 보조금이나 대표 등 특수관계인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 구상대로 사회적 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한 핵심 가늠자는 민간 자본이 얼마만큼 이 분야에 돈을 댈지 여부다. 사회가치기금이나 모태펀드 등은 모두 민간 참여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민간 자본 입장에서 다른 투자처에 견줘 사회적 경제기업 투자 수익률이 낮은 것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정부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 혜택을 강구하고 있다. 변제호 금융위 금융시장분석과장은 “사회가치기금 등은 초기 단계부터 성급하게 규모를 키울 생각은 없다. 여러가지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다보면 민간 투자자들의 관심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사회가치기금을 조성할 때 특정 대기업들에 참여를 독려하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 정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재벌·대기업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과거 정부의 방식을 따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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